2000년대 정신질환자 살인 대상 1위 가족, 84%
현재는 서현역·신림동 등 불특정 다수로 이어져

순찰 중인 경찰특공대. [뉴시스]
순찰 중인 경찰특공대.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최근 흉악범죄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서현역 흉기 난동’, ‘신림동 흉기 난동’ 등에 이어 무분별한 ‘살인 예고’ 메시지까지 퍼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과거 가족, 지인을 위주로 살인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계획하는 등 범행 과정이 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은 기존 치안활동에서 나아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지난달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등에 이어 협박성 경고 메시지에 시민 염려가 급증하고 있다.

서현역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대상’ 있었던 과거 사건
‘불특정 다수’가 된 현재

서종한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2000~2009년 살인사건 피의자가 된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심층분석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범죄 피해자 33명 가운데 28명(84%)가 가족이었다.

구체적으로 부모가 17명(51%), 배우자 8명(24%), 형제 3명(9%)이었다. 이어 친구 3명(9%), 이웃 1명(3%)이었으며, 비면식 피해자는 1명(3%)에 불과했다. 2000년대 당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면 정신질환자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극소수였다.

2018년 10월4일 거제시 고현동 신오교 아래 선착장에서 A씨는 50대 폐지 줍는 여성을 상대로 30분간 무차별 폭행을 이어갔다. 여성은 뇌출혈과 턱뼈 골절 등으로 사망했다. A씨는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호소했으며,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임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행동을 근거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했다. A씨는 정신질환이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아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A씨와 검사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2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4월25일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복도와 비상계단을 통해 불길에 달아나던 시민들을 향해 B씨는 양손에 쥔 흉기를 휘둘렀다.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사망자 5명과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형사부는 2020년 6월24일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 9개 혐의로 B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원심에서는 사형이 선고됐지만, 상고심에서 변경됐다. 재판부는 심신미약을 인정했다.

2020년 5월30일 거창군 거창로터리 인근에서 C씨는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보고, 이유 없이 그를 잡아끌어 넘어뜨리고, 무차별 폭행을 자행했다. 피해 여성은 전치 8주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재판부는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길을 가던 피해자를 아무 이유 없이 때려 상해를 가하는 ‘묻지 마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묻지 마 범행’은 피해자의 법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도 누구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라고 판시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범죄 대상이 불특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위의 재판부 판시에서 서술한 ‘묻지 마’와는 달리 특정 대상에 대한 목적을 둔 것은 아니지만,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불특정 다수 대상에게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 ‘흉기난동범죄’
특별치안활동 선포

경찰청은 이전과 달리 최근 ‘흉기난동’ 및 ‘살인예고’ 등의 상황을 고려해 ‘흉기난동범죄’에 대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현 상황은 각종 흉악범죄로 국민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비상상황”이라며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과거에는 일반적인 치안 활동을 했었다”라며 “순찰차들이 순찰을 돌고 신고를 받고 했었지만, 이번에는 모방범죄, 유사범죄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특별치안활동을 펼친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사전에 범죄 분위기 제압을 위해, 원래는 일반 근무라면 현재는 전 병력을 동원해서 거점 배치를 시켰다. 현재도 비상 근무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별치안활동은 기간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며 “살인 예고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현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경찰은 ‘공공장소 순찰활동 강화’,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행동자에 선별적 검문검색 실시’,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물리력 사용’, ‘국민 안전 최우선 기준 면책 규정 적용’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 가짜뉴스에 강력 대처’, ‘게시자 신속 확인 및 검거해 엄중 처벌’, ‘지자체 협력으로 일상공간 안전 확보’, ‘치안인프라 확충, 법·제도 개선방안 논의’ 등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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