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상동기범죄 관련 개념화 및 분류 진행 중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을 부린 최원종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의 사고 현장에 국화 꽃이 놓여있는 모습. [일요서울]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을 부린 최원종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의 사고 현장에 국화 꽃이 놓여있는 모습.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가해자 조선(33)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가해자 최원종(22) 등에 대해 경찰이 신상정보공개를 결정했다. 이들은 각각 지하철역 인근에서 행인을 향한 흉기 난동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사건 피의자다. 무엇보다 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공격을 감행해, 이를 두고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원한 관계 등의 특별한 살인 동기나 특정지은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를 가리켜 ‘이상동기범죄’라고 부른다. 

‘묻지마’라는 용어는 바람직하지 못 해… ‘이상동기범죄’로 구분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살인예고 315건… 잡고 보니 10대가 절반 넘어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경 서울시 관악구 신림역 인근 순대타운으로 유명한 먹자거리로 나가 4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앞 인도로 차를 몰아 행인을 친 뒤,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들고 차량에서 내려 인근 시민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렀다. 최원종에 의한 사상자는 무려 14명이나 된다. 

조선의 경우 사건 현장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즉시 검거됐다. 다만 피해자 A씨를 18차례나 찔러 살해한 뒤, 추가로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였다. 경찰에 잡힌 조선의 흉기 난동 목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요구했고 조선은 이를 한차례 거부한 뒤 받게 됐다. 결과는 기준치(25점)를 넘어섰다는 것이 경찰의 답변. 이에 경찰은 조선을 사이코패스로 분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은 이전에 집행유예 1회와 소년부 송치 등을 포함해 20회의 범죄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그가 은둔생활 중 게임 중독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원종의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를 진행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0일 “정신질환 때문에 세부문항 채점이 불가능해 평가 불가”라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은 최원종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치료 거부 후 피해망상에 의한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 ‘이상동기범죄 TF’ 구성

이렇게 동기 모를 범죄로 사회적 파장이 불거진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등에는 살인이나 흉기 난동 등 범행 예고 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간주돼 구속된 사례도 1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세 남성 B씨는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며 구체적인 글을 올린 뒤 실제로 흉기까지 준비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기소했다.

지난 11일 기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이른바 ‘살인예고’ 게시물은 전국에 걸쳐 315건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절반이 10대였다. 또 구속된 11명은 대부분 20, 30대였다.

이들 역시 개인적 원한 관계 등의 일반적인 범죄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 예고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를 가리켜 ‘이상동기범죄’라고 칭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 ‘묻지마 살인’ 등으로 언급되던 ‘묻지마’라는 용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묻지마’는 말 그대로 범죄자 입장에서 “동기를 묻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특히 과거 ‘묻지마 관광’ 등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은어’로 쓰였다. 이에 범죄 동기나 불분명하거나 무분별한 흉기 폭행 등의 범죄에는 ‘이상동기범죄’라는 용어가 적절하다.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운용부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사건 발생 시 각 시도청 소속 범죄분석관이 투입돼 피의자 면담을 거쳐 필요하면 사이코패스 검사를 할 수 있다”라면서 “반사회성이나 재범 위험성 등을 판단해 필요 시 쓰는 평가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확대되고 있는 살인 등의 강력 범죄들은 여러 쟁점 위에 있다. 정신질환이나 마약복용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분노표출 등 복합적 문제가 어우러져 있다는 설명. 수사기관 역시 ‘딱’ 꼬집어 범죄 원인을 판단해 내기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국수본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2022년 초부터 이상동기범죄 TF를 꾸려 자체 판단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라며 “현재는 실제 사례에 관한 수사 등을 토대로 판단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개념화하고 분류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경찰은 SNS 등에 게시된 ‘살인예고’ 관련 315건 가운데 작성자 1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작성자들에 대해서도 빠르게 확인 절차를 거쳐 시민들의 불안 해소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전담반을 꾸려 살인예고 위협 글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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