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성남시장 시절 분당구 백현동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하며 정권의 무능과 검찰의 조작수사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전후로 촉발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시작으로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 지자체장 시절 이뤄진 각종 이권 개입형 게이트에 휩싸이는 등 사법리스크가 적체된 상황이다.

이는 여권의 비판을 넘어 비명(비이재명)계 등 자당 인사들에게도 총선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이 대표 정치 인생에 최대 저항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혐의 입증 여부와 별개로 이 대표가 이러한 산발적 사법리스크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이 총선 민심 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내부 비판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 이재명 지도부 총사퇴설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총선 지형은 크게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현재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역임했던 시절 불거진 대형 의혹과 관련해 각종 혐의점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검찰의 혐의 입증 여부와 재판 결과에 따라 총선 예비국면을 맞은 이 대표와 이재명호 민주당에게 치명상이 될 수도, 반대로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명 檢 출석 전 "티끌의 부정 있었다면 가루 돼 사라졌을 것"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입청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검찰)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며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티끌 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검찰의 탄압성 수사를 지적하며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라며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라며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불체포특권 포기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덧댔다.

그러면서도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라"면서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는 곧 정권발 민주주의 탄압이자 국민을 억압이라는 취지로 프레임을 돌렸다. 

또 그는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라며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할 것이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2014~2015년) 백현동 소재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이재명 시장 등 성남시 수뇌부가 지난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로비를 받아 민간업자에 특혜를 몰아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與, 이재명 '기꺼이 시지프스 되겠다' 발언에 맹폭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입장문에 냉소적 반응을 내보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가 입장문 발표를 통해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발언한 발언에 대해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는 알고 있는가.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지프스(라틴어 Sisyphus)는 '죄수의 화신'으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시지프스는 코린토스 시를 건립한 왕으로, 꾀와 욕심이 많아 타인을 속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인물이다. 자신의 건국 여정을 완성하기 위해 여객과 방랑자를 살해하는 일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사후 저승에서 거암을 가파른 언덕 위로 무한대로 굴리는 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강 수석대변인은 "사법 리스크로 제1야당이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마당에 자신의 사명이 민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그렇게 민생을 살리기 원한다면 야당 대표가 검찰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아닌 스스로 물러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 "솔직하면 두려운 것이 없다"라며 "당당하면 긴말도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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