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집중 단속… 무더기 검거
5개월간 전국 마약류 사범 1만316명 검거, 1543명 구속
처벌 강화만큼 재발 방지 위해 재활 치료 병행 필요

서울경찰청 브리핑. [뉴시스]
서울경찰청 브리핑.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올해 초 관세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경 단계에서 차단망을 구축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개월간의 ‘마약류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마약류 사범 1만316명을 검거, 1543명을 구속했다. 마약류 범죄는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기술발전에 친숙한 MZ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사범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재활 치료도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지난 2월2일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 8년이 지나 이제는 마약 소비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고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마약 밀반입을 국경 단계에서 막기 위해 빈틈없는 차단망 구축,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 등 국민 안전보호에 앞장서겠다”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마약밀수 상시단속체계 구축’ 등의 전략과 함께 12개 추진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마약류 집중 단속’

관세청에 이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지난 3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5개월간 마약류 범죄 집중 단속을 펼쳤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마약 사범 5702명을 검거하고 791명을 구속한 경찰은 마약 관련 범죄 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단속 기간에는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통행위’, ‘마약류 제조·밀수·유통 등 공급행위’, ‘클럽·유흥업소 내 마약류 유통·투약행위’, ‘국내 체류 외국인에 의한 유통·투약 행위’ 등을 집중 단속했다.

경찰청은 ‘상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결과로 전국에서 마약류 사범 1만316명을 검거했고, 이 중 1543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 인원은 6301명으로 올해 무려 63.7%가 늘었다.

경찰청은 “기존 단순 투약 사범 검거 위주 단속에서 탈피해 단속 기간 중 공급 사범 3065명을 검거해 마약류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라고 밝혔다. 공급 사범은 지난해 대비 87.2% 증가한 수치다. 

이어 “마약범죄에서 판매자와 매수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마약범죄가 심각해졌다”라며 “대마를 콘셉트로 하는 카페, 주점 운영 등 마약류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는 언어 표현과 마케팅은 자칫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인터넷, SNS 유통구조, MZ 중심으로 확산추세

나이별로는 20대(3394명)가 차지하는 비율이 32.9%로 가장 컸다. 60대(2872명), 30대(2142명), 40대(1451명), 50대(1168명), 10대(602명)가 뒤를 이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인 179명보다 213.4%가 증가했다. 대부분 마약 성분의 다이어트약 구매·재판매 사례였다.

지난 2일에는 고등학생이 포함된 마약 유통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10~20대 초반의 소위 ‘MZ세대’만으로 구성된 조직은 최소 79곳의 은닉 장소를 마련하고, 2만9000회 마약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다른 마약 조직의 판매대금 170억 원가량을 가상화폐로 바꿔주는 자금 세탁 역할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인터넷 등을 활용한 마약류 판매·투약 사례가 증가하며, 이번 단속 기간에 2137명이 검거됐다. 특히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IP를 우회, 차단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다크웹’ 사범은 2019년 82명이었지만, 올해 429명으로 5배 이상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SNS의 신속성과 보안성 그리고 이런 과정·절차가 편리한 MZ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더욱 노출될 수 있어 10대, 20대 마약 사범이 증가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을 현장에 투입해 총 95만621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범죄 특별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 인프라도 시급

서울 강북구청은 마약범죄 피해 확산을 위해 8월21일부터 ‘마약류 익명 검사’를 시행한다. ‘마약류 익명 검사’란 최근 불거졌던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은 마약범죄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정책이다.

현재 일상화된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 시스템 구축’, ‘익명 검사를 통한 마약노출 피해 차단’, ‘마약류 노출에 대한 조기진단 및 치료 연계’ 등을 목표로 한다.

검사 대상에서 ‘마약범죄로 인해 법적조치를 희망하는 자’, ‘마약 중독·재활 치료자 등 약물질환자’, ‘보건의료인 등 직무수행 관련 진단서 발급 희망자’ 등은 제외된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일상화된 마약문제로 인해 이제는 보편적 건강진단 및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약류 피해자들이 중독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익명검사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마약 처벌자 수보다 중독자 수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국내 마약중독자의 수는 법적으로 처벌받은 인원보다 그렇지 않은 인원이 훨씬 많으며,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치료 및 재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중독재활센터가 많이 만들어져 중독자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항간에서는 경찰의 노력으로 마약사범 검거가 늘고 있지만, 재발방지를 위해서 중독재활치료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독재활센터에 방문하면 마약 종류나 중독의 수준에 따라 차이를 둬 단약교육 프로그램이나 심리상담, 자조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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