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학교, 사교육 현장으로 떠나는 청소년
사교육 과열된 교육특구일수록 자퇴율 높아
2028학년도 대입개편 때 변화 모색해야...

제3차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대응 협의회. [뉴시스]
제3차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대응 협의회.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2년 사이 전국 17개 시도 기준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이 5015명에서 8050명으로 60.5%가 증가했다. 특히 재수종합학원의 학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교육 특구 지역의 강남, 송파 등에서 자퇴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정시 전형이 확장된 상황에서 하나의 ‘대입전략’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교육당국이 검정고시를 부추기게 된 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종로학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기준 일반고 1학년을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3학년 8050명이었다. 2년 전인 2021학년 5015명에 비해 무려 60.5%가 늘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로 봐도 전국 17개 시도 기준 일반고의 학업 중단 학생 수는 2023년 1만5520명으로 2021년 9504명, 2022년 1만2798명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자퇴생은 2023학년 기준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순으로 많았으며, 이중 서울에서 자퇴를 한 학생은 강남, 송파 지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고1의 경우 강남은 무려 4.13%, 송파는 3.70%가 자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퇴생 증가 추세와 함께 4년제와 서울 주요 대학 검정고시 합격생 비율도 늘었다. 전국 4년제 신입생 중 검정고시생 규모는 5년 전인 2018학년에 4553명이었지만, 2023학년에 7690명으로 3137명 확대됐다.

고등학교 1학년들의 자퇴 증가는 내신 성적 관리를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대학입시에서 오로지 정시(수능)를 노려 합격하고자 하는 입시전략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은 “자기소개서 등 비교과 영역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1학년 때 학교 내신 관리를 목표대학에서 벗어날 경우 앞으로 이런 검정고시 등을 통한 대학 진학 루트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내신 경쟁이 치열해 수시 전형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고, 한 달에 200~300만 원에 달하는 재수종합학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강남, 송파 등 사교육 과열 지역의 자퇴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교육 집중된 교육특구 1학년 학업중단율 높아

강남구의 2023학년 학업중단율은 4.13%. 2021학년도 2.29%에서 3년새 1.84%p가 상승했다. 인원으로 비교하면 95명에서 163명으로 71.6%가 늘었다. 뒤를 이은 송파구는 3.7%로 2021학년 1.77%에서 31.93% 상승했다. 인원으로는 70명에서 143명 증가해 3년새 104.3%가 늘었다. 

교육특구의 사교육 현장에서는 ‘전략적 고교 자퇴’ 후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모 사교육 업체 설명회에서는 고교 자퇴 후 내신 성적을 신경쓰지 않고,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검정고시를 통한 대학 진학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상위 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검정고시 출신이 두드러진다.

2018학년도 406명, 2019학년도 408명, 2020학년도 576명, 2021학년도 654명, 2022학년도 707명, 2023학년도 767명으로 6년 연속 꾸준히 늘었으며, 2018학년도부터 지난해까지 88.9%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내신 개편이 원인? 검정고시 비율 확대?

올해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 자기소개서 수상기록, 독서기록,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등이 전면 폐지됐다. 이에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학업중단과 검정고시의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교육현장에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대입제도를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정성 강화 방안 이후 유명무실해진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평가요소가 축소되며 학생을 다방면으로 평가하는 기능이 구실을 하지 못한 채 전형 취지와는 어긋나는 정량평가로 바뀌는 흐름이다. 모 교육 전문가는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나서 검정고시를 부추기는 정책을 쓴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시 확대를 바탕으로 하는 현 대입 체제에서 검정고시가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내신경쟁이 치열한 교육특구의 경우 저학년 때 내신 성적에서 뒤쳐진다면, 즉시 사교육을 통해 확대될 정시를 준비할 수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난감 “현재 대안 마련 어렵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현재 시점에서 뾰족한 대책은 없다”라며 “아무래도 대입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에 막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초중학교, 그 외의 경우 대안교실이라든지, 위탁교육기관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대입을 위해서 (자퇴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막기도,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4년 예고제에 따라 2028대입개편 전까지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2028대입개편을 통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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