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성공지향적 인간은 앞만 보고 달린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이한다. 과한 욕망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체로 허무(虛無). 자꾸만 올라가다가 하늘 끝에 이르러 후회하게 된다(亢龍有悔). 이미 늦은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끝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이젠 달리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아무도 그 시간 속에서 살아보진 못했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의 나이는 140억년 정도 된다고 한다. 은하계는 약 130억 년 전, 빅뱅 이후 약 8~10억 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다시 태양과 8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태양계는 가스와 먼지구름으로부터 약 46억년 전에 태어났다. 20억년 전쯤 비로소 지구상에 광합성 하는 생명체가 나타나고, 58천만년전까지 작고 미세한 생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인간(人間, Human)이라고 부를만한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혹은 30만 년 전에 출현했다고 여겨진다.

공룡을 멸종시킨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6500만년 전이다. 그리고 다시 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강 등에 최초의 도시와 초기의 국가가 형성된 것이 고작 기원전 수천 년 무렵이다. 2022년기준 25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약 32%가 믿는 기독교가 탄생한 것은 고작 2천여년 전이다. 세계적으로 신도가 약 48천만명에서 53,500만명 정도 된다는 불교 역시 2~3천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주적 시선으로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란 것은 이토록 미미하고 초라하다. 스웨덴의 한 산맥에서 자라고 있는 올드 티코(Old Tjikko)’라는 나무는 그 뿌리가 9,500세 정도 된다고 한다. 올드 티코 나무의 눈에, 인간의 종교가 얼마나 가소로워 보일지 궁금하다.

한 인간의 역사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청나라 말, 중화민국 초기의 한의사였던 이경원(李慶遠 1677-1933)은 무려 256년을 살았다고 한다. “늘 평정한 심태(心態)를 유지하고 거북이처럼 앉으며, 참새와 같이 행동하고, 개처럼 잠을 자라.” 고 후손들에게 당부했다고 하는데 그 나이를 사실로 믿기는 어렵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노인의 나이는 113. 기네스북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노인은 인도네시아 음바 고토(Mbah Gotho)146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00년부터 출생 기록을 작성해 그가 실제로 1870년생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애기(崔愛奇, 1895314~ 2005125) 노인이 109세로 우리나라 여성 공식 최장수 노인이라고 알려진다.

하지만 대다수 인간은 100세 전에 사망한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의 기대수명은 84.2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62.3세에서 202183.6세로 약 21년 늘어났지만, 그보다 일찍 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인간의 한계가 고작 1세기도 되지 않는 셈이다. 독재자, 정치인의 권력 수명은 오죽하겠는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1959216일부터 5261일간 집권했다. 세계 독재자 중 최장수다. 북한 김일성은 194899일부터 45302일간 집권했다. 세계 3위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173일부터 18115일 집권했다. 위 두 사람에 비하면 1/3가량에 불과하다. 현재도 적도 기니(赤道 Guinea)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Teodoro Obiang Nguema Mbasogo) 대통령은 197983일부터 44년째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적 선거에 따라 선출되는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임기가 4~5년이 고작이다. 연임이 가능한 미국도 최장수가 8년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다만 연임에 제한이 없어 지금까지 최다선인 9선을 지낸 의원이 김영삼, 박준규, 김종필 세 사람이다. 지금은 모두 고인(故人)이 되었다.

우주나 지구적 시선으로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렇게 티끌보다 미미하다. 평생을 권력을 추구하며 살지만, 세상 대부분의 독재자는 진작에 구더기 밥이 되었거나,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거나, 뼛조각만 들판에 나뒹굴고 있다. 뒤를 돌아보면, 인간의 거창한 인생이란 것도 실은 아무것도 아니고, 살아온 날들의 모든 고통 또한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욕망과 욕심에 매몰되어 너무 앞만 보며 숨 가쁘게 살진 말자. 인생을 너무 메마르게 소비하진 말자. 가끔 뒤를 돌아보며 살다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그 모든 욕망이 하룻밤의 꿈이란 걸 알게 된다. 5년 단임 대통령, 4년마다 생사를 오고 가는 정치인들의 공천 경쟁, 수시로 나쁜 짓으로 재물을 모으는 일 따위는 실로 초라하고 허무한 것이다. 좌우를 살피고, 주변과 자신을 돌아보며 살자. 뒤를 돌아보면, 우리의 욕망, 우리의 두려움과 걱정, 우리의 분노와 슬픔까지도 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는 것도, 모두 이런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도 여야 당대표도, 역사와 시간 그리고 국민앞에 보다 겸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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