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며 내건 첫 번째 요구조건이다. 그는 지난 2, 6년 만의 장외집회인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마십시오.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마십시오.” 그는, 그리고 민주당은, 정말로 민생을 걱정하고 있을까. 20239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를 보면 그 답이 있다. 그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복현 금감원장을 맹렬하게 몰아붙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용우 의원.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라임펀드에서 환매를 받은 것을 수사도 하기 전에 불법이라 규정해 발표함으로써 김 의원을 명예훼손하고 타격을 주려고 했다.” 라임펀드에 2억원을 투자했던 김상희는 펀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특혜성 환매를 받았는데, 환매 과정에서 돈이 모자라자 회사 고유자산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건 굳이 수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 즉 불법이다. 하지만 금감원장의 답변에도 이용우는 멈추지 않았다. “불법인지 아닌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잖아!”

2) 김한규 의원, “보도자료만 보면 마치 국회의원이 지위를 이용해서 자산운용사나 펀드 판매회사를 압박해 불법적으로 자산을 고유자산으로부터 받은 것처럼 보여지는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들이 있지 않느냐?” 물론 예외적인 상황이 있긴 하지만, 김상희 의원의 경우는 그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감원장이 이렇게 답했지만, 김한규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이 보도자료만 보면 국회의원이 엄청난 불법을 저지른 것 같잖냐?”

3) 양정숙 의원, “보도자료를 낼 때 당사자 얘기도 안듣고 불법인 것처럼 기정사실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환매가능한 개방형 펀드라면 모를까, 이 경우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양정숙은 반발했다.

4) 백혜련 의원, “애초 보도자료에 없었는데 금감원장 지시로 다선 국회의원 표현이 들어간 것이냐?” 금감원장은, 초안부터 해당 표현이 포함돼 있었다고 답했지만, 백해련은 수긍하지 않았다.

라임사태는 펀드사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4,600여명의 투자자가 17000억 규모의 피해를 본 사건, 그 대부분은 투자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진정한 민생정당이라면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맞지만, 민주당의 관심은 오직 김상희에게만 맞춰져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일개 의원을 구하기 위한 장으로 전락해도 괜찮은 걸까? 심지어 김종민 의원은 정치지망생이 금감원을 망쳤다며 이복현 원장의 출마 여부를 묻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이 원장이 이렇게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단 한 번도 국민들에 대해서 사과도 없이 저에게만 이렇게 계속 추궁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을까. 라임사태가 민주당 집권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 든든한 동료들 덕분인지 당사자인 김상희 역시 특혜성 환매를 받은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여러 방송에 나가 나는 떳떳하다를 외치는 중이다.

비단 김상희뿐만이 아니다. 상임위 도중 상습적으로 코인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을 보자. 사건 초기 모든 의혹을 부인하던 그는 당 차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탈당계를 내고 잠적해 버렸다. 17일간의 잠적 끝에 돌아온 뒤에도 김남국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윤리자문위가 요구한 거래내역도 제출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를 의원직에서 제명하란 여론이 빗발쳤고, 자문위도 그렇게 권고했지만, 민주당은 불출마선언을 핑계로 그의 제명을 부결시켜주는 끈끈한 의리를 발휘했다. 이쯤 되면 국민의 눈은 전혀 개의치 않는 차원을 넘어 국민과 싸우겠다는 뜻, 이 와중에 이재명 대표는 뜬금없는 단식에 돌입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렇게 그를 옹호한다. “우리 대표님 단식하는데 조롱하다니, 예의가 왜 그 모양이냐?”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은 우리가 아는 그 민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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