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낙연·11일 野 중진 12인 단식 천막 찾아 거듭 만류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11일 기준 단식 12일 차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야권의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중진 의원 12인은 연이어 이 대표의 단식 천막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잇단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 이 대표의 단식 천막을 방문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4분간의 면담에서 거듭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건강도 챙겨야 되겠지만 어쨌든 폭주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할 것 같다"며 단식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뒤 11일에는 민주당 중진 의원 12인이 단식 천막을 방문해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날 단식 천막을 방문한 중진 의원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설훈·안민석·김상희·김태년·노웅래·안규백·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이다. 

이날 박 의장은 "이미 단식을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고 건강과 체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폭력적인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며 재차 단식 강행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단식 열흘째에 돌입하며 부쩍 기력이 쇠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현재 이 대표는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않을 경우 단식 천막에서 누워있는 모습이 잦아졌다. 아울러 이 대표는 11일 단식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당의 공식 일정에 불참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문을 밝히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野 "與 단식 폄훼 중단하고 의례적인 걱정이라도 해야"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이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단식 12일 차다. 오늘 공식 회의에도 못 나왔다. YS 단식 때나, DJ 단식 때나, 야당 지도자의 단식 때는 의례적으로라도 정부여당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고, 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오히려 야당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이런 비인간적인 정권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진 의원들이 한 번 나선 만큼,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금 나서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사실 이제는 여권의 정치인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단식 때 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지금 국민의힘이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아마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현재 여권은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방탄 단식을 펼치고 있다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8시간의 조사 끝에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종료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던 이 대표는 내뱉은 말이 무색하게 주말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고, 조서에는 서명 날인조차 하지 않는 수사방해 행태를 보였다"며 "뜬금없는 '단식 쇼'를 내세워 줄줄이 이어지는 수사방해와 재판지연 등을 대놓고 자행하는 제1야당 대표의 법치 농락을 국민께서는 분노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지속된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이 대표가 검찰의 재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표는) 검찰의 부당한 추가소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12일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검찰이 이번 조사마저 무도하게 조작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할 경우,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관련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9월 국회 본회의는 오는 21일과 25일로 예정됐다. 따라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21일 본회의서 체포동의안 보고 뒤 25일 본회의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부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가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체포동의안 가결 후 법원이 영장 발부를 기각할 경우, 검찰의 부당한 수사임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친명계(친이재명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단식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분위기가 바뀐 점을 지적하며 당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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