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인' 김은혜 수석 총선 차출설에 영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무기한 단식을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방탄' 단식을 중단하고 당당히 조사에 임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서 분당갑을 무대로 진검승부를 펼치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말은 '이재명'이 아닌 '분당갑'에 방점이 찍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에게 "불체포 호소 단식을 중단하고 분당갑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년 총선에 저와 분당갑에서 진검승부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의 이날 메시지는 두 가지다. 이 대표는 방탄 단식을 중단하고 당당히 사법부의 판단을 받으라는 것. 그리고 이 대표로 인해 오명을 쓴 분당갑의 명예회복을 위해 내년 총선서 분당갑에서 진검승부를 펼치자는 것이다. 안 의원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 하는 것은 여당의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뒤 이어지는 분당갑에서의 진검승부에 대한 말은 의아함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안 의원은 존재감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므로 '방탄 정국'에 숟가락을 올려 존재감을 재고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말에는 당연히 분당갑 수성에 대한 의미도 포함된다. 일단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놔야 경쟁자들에 대한 방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분당갑을 두고 안 의원의 유력한 경쟁자로 평가받는 상대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를 통해 소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김 홍보수석을 비롯해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의 총선 차출을 고려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가 분당갑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은 김 홍보수석이 분당갑의 전 주인이기 때문이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해 김 홍보수석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분당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렇다 보니 수석급의 총선 출마론이 제기된 올해 초부터 분당갑을 둘러싼 여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3월경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구인 분당갑은 원래 안 의원의 집이 아닌 셋집이라 원주인인 김 홍보수석이 달라고 하면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6월경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아무리 '정치판이 의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안 의원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했던 장본인"이라며 "(분당갑) 보궐선거 나갈 때도 당에서 떠밀어서 내보냈는데. '당신 끝났으니까 나가라'고 '다른 데 가라'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당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지니까 전체적인 표에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안 의원은 분당갑 사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안 의원은 지난 6월경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을 세입자로 비유한 홍 시장을 향해 "홍 시장은 그 전 시장이 또 이번에 나오겠다고 하시면 자리 내주실 것이냐"고 지적하며 "재보궐 선거로 들어온 사람이 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나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 뒤 안 의원은 지역구 밀착 행보를 이어오는 중이다. 안 의원은 지역구 내 간담회 및 행사 참여는 물론 지역 내 현안에 대한 선제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특히 분당갑은 안 의원의 안랩이 위치한 만큼 스스로 '제2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며 애착을 보이는 중이다. 

아울러 안 의원이 12일 이 대표의 방탄 단식을 비판한 글의 핵심 내용 또한 실추된 분당의 명예 회복이다. 따라서 이날 안 의원은 이 대표를 비판함과 동시에 분당갑이 자신의 지역구임을 다시금 선언한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대권주자인 안 의원이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 타개를 위해 험지 출마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 출마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김 후보는 당이 요청한다면 저처럼 제주나 호남에서 출마할 용기가 있나"고 말하며 험지 출마의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현재 안 의원은 분당갑은 만만한 지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7월경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도 지역과 서울 수도권에 있는 험지들이 굉장히 많다. 분당갑 정도면 그래도 국민의힘에서는 꽤 지지세가 높은 곳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