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내년 총선 고려한 정치적 '태세 전환' 감지
李 강성 지지층의 朴 향한 강한 '비토' 고려한 감성적 접근 시각도

(왼쪽부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뉴시스]
(왼쪽부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방문해 눈물을 흘렸다. 이에 정치권은 박 전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박 전 위원장의 기존 모습과는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의 흘린 눈물의 의미는 곧 공천을 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건강이 걱정돼서 왔다. 단식 그만하시고 건강 회복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도 대표님의 진심을 많이 알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싸우려면 건강을 회복하셔야 한다"며 "같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긴 호흡으로 싸워나가자"고 덧붙였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와의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와의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너무 수척해져서 짠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며 "제가 전에 요리를 잘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단식이 끝나면 제가 회복식도 만들어드릴 테니 얼른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비명계(비이재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중간 단계 없이 갑자기 저렇게 급반전되니까. 굉장히 초현실적이고 좀 그로테스크해 보였다"는 평가를 남겼다. 

아울러 친명계(친이재명계)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좀 '오버'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와서 눈물을 많이 참기는 하는데 그렇게 우는 경우는 좀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친명계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도 1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의 행동이) 너무 차가운 데서 너무 뜨거운 곳으로 갑자기 확 온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공천을 위한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13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눈물에 대한 의미를 재차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단식의 시기를 넘긴 사람을 눈앞에서 직접 봤을 때 눈물이 나오는 것은 저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초현실적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초현실적인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전의 이념이나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 대표와 함께 투쟁할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저 내년에 출마하겠다. 공천받고 싶다'의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박 전 위원장은 이번 행보를 계기로 당내 개혁보다는 대여투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장 소장은 "이 대표의 지지층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흘린 눈물은 그 거부감을 희석하기 위한 감성적 접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월경 이 대표의 1차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했다. 이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출당 혹은 당원권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의 징계에 관한 청원은 한 달 만에 7만 8000명의 동의를 얻어 역대 최다 동의 안건에 올랐다. 

이처럼 박 전 위원장은 정치 입문 이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행보를 걸었다. 이와 관련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민주당을 팬덤 정당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의 전향적인 노선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가지는 거부감을 단기간에 불식시키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민주당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는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한 박 전 위원장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태도를 비교하며, 박 전 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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