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조차 어미는 굶어도 새끼는 굶기지 않는다. 자식이 먹을 음식을 빼앗아 먹는 자는 부모도 아니다. 자신과 일가족의 금고는 가득 채우면서도 똘마니들은 굶주리게 하는 조폭 두목 역시 언젠가는 배신당한다. 마찬가지다. 국가의 지도자를 칭하면서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자는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김정은 정권이라고 다를까.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067(1695)10(1718)에 각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의 중단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계속해왔고, 올해 들어서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총 17차례 감행했다. 9월말4일현재 횟수로는 17회지만 우주발사체를 포함해 무려 30발이나 쐈다. 돈이 썩어나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무모한 도발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러시아로 달려가 침략전쟁을 일으킨 독재자와 위험한 거래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 개발에 추정치 16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해외사례를 고려할 때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설 건설과 물자 조달 등에11.5~16.2억 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핵 시설 건설에 6~7억 달러, 핵물질 개발에 2~4억 달러, 핵무기 제조에 1.5~2.2억 달러, 핵 실험(실험장 건설, 핵실험 등)1억 달러, 핵융합 연구에 1~2억 달러를 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해에만 우리 돈 7천억원 가량을 쓴 셈이다. 작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소모한 비용만도 5천억 ~ 8천억 내외로 추산된다. 국방과학연구소(KIDA)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에만 한발에 250~300억 정도 되는 ICBM급 미사일 8발을 발사했으며, 120억 정도 하는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MRBM(준중거리탄도미사일)급 미사일 6, 한발에 50~70억 정도 하는 SRBM(단거리탄도미사일)급 미사일 59발을 발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한 해에만 총 34회에 걸쳐 7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많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사하는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을까? 열악한 북한 상황을 감안할 때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비용은 주로 외부에서 조달했을 것으로 우리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착취하고, 해킹을 통해 탈취한 암호화폐 등이 개발 자금으로 충당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티머시 허크(Haugh) 사이버사령관 겸 NSA 국장은 지난해 7, “암호화폐 탈취행위는 ·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작년 5<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도 노동자들이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5개국에서 외화벌이를 지속하고 있으며, 숙련된 IT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여 IT 일감 수주를 통해 외화획득을 진행하는 사실이 들어 있다. 금년 8월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사이버 절도(竊盜)’로 지난해에 약 22천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했으며, 금년 들어서도 ·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확보를 위해 사이버 절도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적시되어 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절 이후 최악이다. 2020~2022년기간 중 북한 주민의 40~60%1,200만 명이 영양부족 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이후 작황 부진과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식량 수입이 제한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WFP(유엔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영양부족 인구 비율 발표를 보면, 2015년에 주민의 약 40.7%1,017만 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렸으나, 6년이 지난 2021년에는 그 수가 1,187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도 북한이 연평균 80만톤 가량의 식량부족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연간 약 550만톤의 식량이 필요한데, 매년 80~100만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여 수입과 원조로 충당하고 있다. 북한이 이 정도 식량을 수입할 경우 약 27~3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인상 등을 감안할 때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민을 해외에 보내 사실상 앵벌이를 시켜 벌어들인 돈이나, 암호화폐를 훔친 돈 따위를 끌어모아 무력도발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를 곱게 볼 북한 주민이 얼마나 될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

이렇게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이미 정상(正常)국가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 독재정권의 통제와 억압의 장벽에 의미있는 구멍을 내야만 한다. 폭압과 굶주림으로부터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하드 파워(Hard Power)를 키우는 노력과 더불어, 독재자와 그 패거리들의 존립 기반 자체를, 북한 주민 스스로가 뒤흔들 강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9.19 군사합의 파기를 통해 우리의 문화와 경제, 삶과 예술, 인간다운 삶에 관한 정보 등 각종 아이템을 북한 주민들에게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대북선전물 확산전략도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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