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캐릭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대한민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한 노력을 하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정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히 상대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인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일에 대한민국 유권자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극에 달하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적개심을 표로써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유권자가 모두 투표장에 나섰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정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는 쉽게 윤석열 대통령 탄생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천운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간에 회자되는 것처럼 천공선사나 건진법사 등의 힘을 빌린 결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에 일희일비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검찰 때처럼 묵묵히 자신만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대통령을 하면 그뿐이다. 나머지는 천운을 불러오는 이들의 힘을 믿으면 만사형통이다.

그래서인지 내년 410일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가슴을 졸이며,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데, 자신을 좇는 이들에 대한 관대한 베품은 자칫 그를 대인배로 착각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독립군 홍범도 장군 흉상의 이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 특별보좌관을 하고 있는 유인촌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이준석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였고 김건희 여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행씨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인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에 안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는 일찍이 없었던 정치인 캐릭터임을 새삼 느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시절 수많은 정치적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오늘날 대통령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가 폭발물 처리에도 능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번 3개 부의 장관 지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며, 그의 어떤 행위가 옳든 그르든, 국익에 부합하든 반하든, 자신만의 판단으로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여당의 궤멸을 가져온다 하여도 개의치 않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천운이 따라다닌다.

그런 윤석열 대통령을 야당이 상대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비법이 필요하다. 첫째,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나은 정치가 아닌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남은 3년 반에 미련을 갖지 말고, 향후 30년을 설계하는 정치를 선보이는 것이다. 어차피 탄핵도 할 수 없는데 이번 윤석열 정권은 폭망이라 생각하면 다음 길이 보인다. 셋째, 자신의 기준에서 대한민국정치를 보고 있다면 이번 총선이 은퇴의 최적 타이밍이다. 현재 대한민국정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대에 조응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청년세대에게 넘겨라. 그러면 내년 총선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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