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각종 수당 지급 의무 있어”

[일요서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최근 대법원(2019다252004, 2023.8.18. 선고)에서는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하면서, 이를 근거로 각종 수당(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주에는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제공 : 뉴시스]
[제공 : 뉴시스]

‘아이 돌봄 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정의 아이 돌봄을 지원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면서(제3조, 제6조),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을 수행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서비스 제공 기관(이하 ‘서비스 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제11조), 서비스 기관에 아이돌보미를 두어 보호자로부터 서비스 제공 요청을 받은 때에 아이돌보미를 해당 가정에 배정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제13조).

- 고용노동부, 아이돌보미도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의견 

원고(아이돌보미)들은 2013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광주광역시 각 구에 있는 서비스 기관을 통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아이돌보미들이다.

원고들이 피고들(대학교 산학협력단, 사회복지법인 등)에게 고용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발생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 수당,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 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심(광주 고등법원)은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수당을 청구하는 기간의 서비스 기관은 광주광역시 각 구의 00센터 및 00단체, 사단법인 000(이하 ‘00센터 등’)이므로, 00센터 등에 근로계약상 의무가 귀속된다고 보아야 하며, 서비스 기관인 00센터의 운영 권한만을 위탁받은 피고들에게 근로계약상 의무가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판례 입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 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라는 판단 기준을 가지고 이번 사건에서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고들은 ‘아이돌봄 지원법’에 규정된 결격사유가 없고, 서비스 기관의 담당자와 전문가의 면접에서 총점 60점 이상을 얻어야만 채용될 수 있었고, 일정한 양성교육과 보수교육을 이수해야만 아이돌보미로 활동할 자격이 주어졌다.

아이돌보미들은 서비스 기관과 활동기간ㆍ장소, 활동 내용, 수당, 계약 해지 등 근로계약의 기본적인 사항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작성했고, 특히 원고들이 활동한 기간 중 2014년 4월부터 2015년까지는 근로계약서라는 이름으로 계약서가 작성됐다.

둘째, 아이돌보미의 직무 내용이 ‘아이 돌봄 지원법’에 규정돼 있었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았지만, 매년 여성가족부가 발간하는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가 이들의 복무를 규율하는 일종의 지침이 돼, 서비스 기관은 이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지휘ㆍ감독했다.

셋째, 서비스 기관은 원고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상세한 업무 내용을 기재한 활동일지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활동 상황을 점검했으며, 정기적으로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했다.

넷째, 서비스 기관이 아이돌보미들에게 이용 가정의 신청 조건을 문자메시지 등으로 공지하면 원고들이 해당 가정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를 밝히고 서비스 기관이 그중 적합한 아이돌보미를 해당 가정에 배정했다. 원고들에게 원치 않는 조건의 가정을 배정받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근무 시간 및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서비스 기관이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근무 시간 및 장소가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확정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특정 가정과 연계되면 확정되는 것은 서비스 기관이 이용가정의 수요에 따라 아이돌보미를 배정하도록 규정한 아이돌봄 지원법에 기인한 것이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섯째, 일단 이용가정이 배정된 후에는 원고들은 정해진 시간, 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고, 이용가정과의 개별적 협의로는 근무 시간 및 장소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으며, 서비스 기관을 통해서만 변경할 수 있었다. 원고들은 서비스 기관에 매 근무시작 및 종료 시점을 보고했고, 서비스 기관은 위와 같은 보고, 활동일지 점검 등을 통해 아이돌보미의 근태를 관리ㆍ감독했다.

여섯째, 아이돌보미가 자주 지각하거나 돌봄 장소를 임의로 옮기는 등 정해진 근무 시간 및 장소를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는 서비스 기관이 해당 아이돌보미의 아이돌봄 서비스 연계를 중지하는 등의 제재를 할 수 있었다.

일곱째, 아이돌보미가 3개월 이상 아이 돌봄 활동하지 않은 경우 활동 포기자로 간주해 돌봄서비스 연계를 제한하고, 재활동을 원하는 경우 면접을 거쳐야 하며 일정한 경우에는 자비로 양성 교육을 재이수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아이돌보미가 돌봄 활동을 계속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었다.

돌봄 대상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한 아이돌봄 서비스의 특성상 일회성의 단기적인 돌봄보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 기관은 아이돌보미가 수시로 교체되지 않고 서비스가 전속적으로 제공되도록 노력했다.

여덟째, 원고들은 제3자를 고용해 서비스 기관으로부터 배정받은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다. 아이돌보미의 업무 성격상 기본급,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근무 시간에 비례한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받을 뿐 추가적인 이윤 창출이나 손실을 초래할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기관은 아이돌보미에게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아이돌보미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4대 보험 가입 및 퇴직금 지급은 여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에 아이돌보미가 근로자인지 질의한 결과,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시행된 것으로, 이를 단순한 시혜적 조치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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