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 득표율 약 20%포인트대 격차로 김태우에 압승
국힘, 총선 선대위 조기 출범 등 쇄신 행보 나설지 귀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득표율에서 큰 격차로 압도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보궐선거가 제22대 총선 전초전이자 수도권 민심 바로미터로 지목됐던 만큼,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숱한 개선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결국 수도권 민심 방향타를 돌려세우기 위한 당 차원의 전방위적 쇄신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오전 0시 기준 개표 결과 진 후보와 김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6.52%, 39.37%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각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는 17.15%포인트로, 진 후보가 김 후보를 압도하며 강서구청장 당선이 확정됐다. 이번 보궐선거가 정권 심판론과 안정론이 격돌한 양상으로 전개된 만큼, 유권자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은 끝에 최종 투표율도 48.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대도시권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의 평균 투표율(38.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진 후보는 선거 당일 오후 11시 40분경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캠프에서 "강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저를 선택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구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민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낮은 자세로 구민들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한 국힘, 이후가 문제다 

서울 강서구는 민주당의 핵심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강서 3개 지역구를 비롯해 구청장(김태우 체제 이전)까지 모두 야당이 지난 12년 동안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불과 2%대 격차를 보이며 선방했고, 이어진 8회 지방선거에서도 김 후보가 민주당의 연전연승 흐름을 끊어내며 강서구청장을 탈환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지역 특성상 열세가 점쳐지는 가운데서도 이번 보궐선거에 희망을 걸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당은 내년 총선을 6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막상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지더라도 후보간 격차가 5%포인트 안팎 수준이면 충분히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라며 "그러나 예상 외로 득표율 격차가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수준이라 참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당이) 결과에 승복하고 총선 전략을 가다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보궐선거 참패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다양한 진단이 나오지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며 이번 선거를 촉발한 김 후보가 정부 특별사면과 동시에 강서구청장 재도전에 나선 것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민생경제 불안이 가중되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못한 상황에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군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외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당정으로선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는 게 정가 중평이다. 통상 선거 패배의 귀책사유 1순위로 당 지도부가 지목되기 마련이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이 지난 5월 김 후보에 대한 전격 사면복권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선거에 미친 파급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당정 공동 책임론이 분출할 수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도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현 지도체제가 해산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지는 않더라도 선거 패배 후유증 극복과 국면 전환을 위해 당의 '전격 쇄신'에 준하는 파격 행보를 가져가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주어졌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날 본지에 "강서구가 험지라는 설명은 이번 참패의 변명이 될 수 없다"라며 "어쨌든 수도권은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이다. 지금의 수도권 구도에 균열을 불어넣기 위해선 인적 쇄신은 물론, 큰 틀에서의 총선 전략을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국민의힘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가능성이 거론된다. 출범 시기를 앞당겨 국회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선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총선전략 수립과 공천을 총지휘하는 선대위를 구성해 내년 선거 출마자 라인업을 정비하는 등 파격 행보에 나서야 보궐선거 패전에 따른 침체 기류를 끊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김기현 지도부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반대급부다. 이에 김기현 대표 이하 당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통감하고 선대위 출범 구상 등 쇄신 행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보궐선거를 승리한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 중심으로 내부 역학이 굳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잠시 보류됐던 비명(비이재명)계 등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처분 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친명계를 중심으로 '비명계 공천 배제론'이 급물살을 타며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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