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국민의힘 지도부, 주요 부처 장관 등과 가진 만찬 회동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한껏 띄워줬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통합위원회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은 저한테도 많은 어떤 통찰을 줬다고 저는 확신한다면서 김 위원장과 국민통합위에 힘을 실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가) 새로이 구성을 하게 됐는데, 제가 보니까 회의도 엄청난 횟수를 하고 아마 우리나라에 있는 위원회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위원회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통상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이 부하 직원을 이렇게 대놓고 극찬할 때는 두 가지 경우다. 뭔가 자신에게 삐져있다는 말을 전해들어 풀어주려는 말이거나 아니면 향후 중차대한 역할을 맡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멘트다. 일을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독려하는 차원의 자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자리는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4(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 90여명이 총출동한 행사였다

전략통’, ‘숨은 책사’, ‘창당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정계 개편의 중심축에 섰던 인물이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제 3지대 돌풍을 일으킨 경험도 있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석권하고,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득표하며 원내 제3당으로 진입했다. 그래서 당과 대통령이 위기때마다 윤석열 신당창당설의 설계자가 됐다.

또한 굵직굵직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대통령실 비서실장부터, 총리, 비대위원장, 혁신위원장 등 각종 직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김기현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시키는 혁신위원회가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고 영남권중심의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비대위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할 만큼 막역한 사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과정에서부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정치 경력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쌓아 중도 외연 확장성을 갖췄다.

그런데 정치적 공력이 뛰어난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에는 여건이 쉽지 않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민심이 사나운데다 총선관련 어떤 직을 맡았다가 패할 경우에는 책임론을 면할 수가 없다.

김 위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설이 돌 당시 측근들 사이에선 비서실장보다는 총리를 더 선호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직진정치 성향을 잘 아는 김 위원장으로선 이름뿐인 비서실장보다는 총리직을 더 욕심낼만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 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금의환향격으로 원하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만약 참패할 경우에는 패전의 장수로 전락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공산이 높다.

결국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이런 고민을 알고 먼저 선수를 쳐 한껏 띄워준 셈이다. 비대위원장을 가서 윤석열 신당도 만들고 총선 승리도 가져다 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물론 대통령 성격상 참패해도 김 위원장은 총리로 임명할 공산은 높다. 단지 총선 참패시 대통령과 여당이 겪을 후폭풍이 김 위원장은 우려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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