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정치지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이다. 수도권 민심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는 기정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쉴 새 없이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정면 반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세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이 민생을 내세우고 반성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개의치 않는 태도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정치적 활로 모색을 위해 신당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두 사람이 행동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은 분당이라는 파국을 맞는다. 이는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 말기 국정농단·탄핵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보수분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갈 길 바쁜 국민의힘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의 시나리오다.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폭풍일각서 신당 창당론 솔솔
이준석·유승민, 레임덕 혹평 속 김기현 체제 불가론 강조
- 국정기조 전환 및 당 쇄신·변화 없다면 신당 창당현실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굳혔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 사람은 신당 창당은 최후의 선택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 잔류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게 정설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도 이른바 내부총질논란 끝에 대표직에서 불명예 하차했다. 이후 야당보다 더 매서운 대통령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유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대선경선 패배 이후 경기지사 선거 및 전당대회 출마를 정치적 돌파구로 삼았지만 용산 대통령실 개입 논란 끝에 상처만 입었다.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은 고난의 행군과 다를 바 없다. 성공을 거둔다면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녹색돌풍의 재현이지만, 실패한다면 보수분열의 책임론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친윤계 주류에서 극적으로 화해의 손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서구청장 참패 후폭풍이준석·유승민, .저격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이 전 대표가 저주의 예언을 한 대로 18% 포인트에 가까운 격차로 대패했다. 17개월 전 20대 대선과 14개월 전 강서구청장 선거와는 전혀 다른 민심의 양상이었다. 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 우위의 국정운영과 수직적인 구조의 당정관계에 대한 반성론이 조심스럽게 일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통령을 정조준한 목소리는 본격화되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고 윤 대통령 책임론을 공론화한 이들은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물론 시사프로그램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가리지 않았다. 민심과의 괴리에도 문제의식 없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직격탄이 난무했다. 특히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대통령 지지율과 용산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고려할 때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임명직 당직자 사퇴로 마무리된 국민의힘 의총 결과와 관련,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고 반문하면서 오늘의 사자성어는 결자해지다.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논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논란 수가 현실화를 통한 의대 정원 확충 교권회복 등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한 정책적 대응력도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유 전 의원은 어떻게 보면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라고 성토하면서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기현 대표 체제 2기 인선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공천하는 사무총장, 부총장도 100% 윤 대통령 사람들이고,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전부 다 그렇다국민들 보기에 이 사람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하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어오르는 신당론공천불가 분위기 활로찾기?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질기고 험한 악연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의 정치입문과 국민의힘 입당 과정은 물론 대선후보 경선, 대선 승리 이후에도 크고작은 현안을 놓고 마찰을 이어왔다. 특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내부총질파문의 논란 속에서 당 대표직에서 내팽겨쳐졌다. 유 전 의원 역시 정치적 재기의 수단이었던 전대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이후 두 사람은 반윤(反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 됐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보다 같은 식구인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비판이 더 얄밉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본인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 유 전 의원이 대구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내년 총선을 통한 여의도 진입이 불가능해지면 두 사람의 정치생명은 괴멸적 타격을 입는다.

두 사람의 윤 대통령 정면 비판이 연말 신당 창당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12월까지는 용산 대통령실 주도의 국정운영 기조 전환은 물론 당의 변화와 쇄신에 목소리를 내겠지만 수용되지 않는다면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게 골자다. 두 사람의 워딩은 거칠 게 없다. 신당 창당이라는 12월 거사설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유 전 의원의 경우 20171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창당, 2020121대 총선 직전 새로운보수당 창당에 나선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비판이 탈당 명분쌓기라는 지적에 지금이라도 당장 나갈 명분은 충분하다고 강조한 뒤 “(앞으로)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는 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산 대통령실과 당 전체를 완전히 재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다만 저는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신당, 탈당, 무소속 다 같은 말이다.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유 전 의원은 더 적극적이다. 유 전 의원은 12월 탈당설과 관련, “정해진 건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2월에 가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결국 느끼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극우정당이 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심사는 신당의 현실적 파괴력이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준석·유승민 주도의 신당에 국민의힘 비주류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인방세력의 합류를 점치기도 한다. 이는 천아용인의 문제의식이 이 전 대표, 유 전 의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천아용인 4인방은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100석 초반에 그칠 것이라며 국정기조 전환과 수평적 당정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이준석·유승민 주도 신당이 비()민주 계열의 제3지대 정당인 금태섭신당, 양향자신당 등과 손을 잡을 경우 예상치 못한 돌풍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여야의 핵심 고정 지지층이 30%대 초반으로 쪼그라들고 중도무당층이 최대 30%에 육박하는 정치지형을 고려할 때 총선 선전과 독자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준석·유승민 주도의) 중도보수 신당이 나온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역할을 하고 금태섭·양향자 신당도 합쳐진다면 30석 이상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신당창당 최후의 선택지국힘분열=총선참패우려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뉴시스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뉴시스

물론 여권 안팎에서는 이준석·유승민 주도의 신당론에 대한 비관론도 없지 않다. 현행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라는 특성상 여야 거대 양당이 대부분 의석을 독식하고 제3지대 정당은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과거 학습효과 때문이다. 3당의 생존 능력은 뚜렷한 지역기반과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존재가 선결조건이었다.

과거 총선 국면에서 제3당의 위력을 과시했던 정당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김종필 전 총재의 경우 충청이라는 강력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13·14·15·16대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국민의힘 입당 이전 지난 201620대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38석의 녹색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는 이명박출범 초기였던 200818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친박 공천학살 논란에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의 선전이 나타났지만 이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분명한 차기주자가 구심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반해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법무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과 비교하면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보수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 배신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보수분열에 따른 총선 패배의 우려감에 당 안팎의 중재 노력도 나온다.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적극적이다. 윤 의원은 수도권 선거라는 게 1000, 1500표 싸움 아닌가라면서 신당이 영남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이이라고 진단했다. 201620대 총선과 202021대 총선 패배의 원인이 수도권 패배였던 만큼 이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수도권 선거는 영·호남과 달리 5%안팎의 박빙선거는 기본이고 1·2%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엇갈리는 격전지가 허다하다. 이밖에 국민의힘 정책사령탑인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유 전 의원과 가까웠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물밑대화 메신저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 패배 불안감으로 여권 전체가 패닉에 휩싸였다. 백가쟁명식 수습 방안이 불거지는 것도 이때문이라면서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 일각에서 신당론이 나오는 것은 무리수도 아니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여야의 강고한 양당제 지형을 무너뜨리며 현실적인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수 분열은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국민의힘 주류·비주류가 공멸을 막기 위해 극적인 타협책 모색을 위해 물밑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놓고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