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10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참패당했다. 무려 17.15%나 뒤졌다. 10.11 보궐선가가 국민의힘 참패로 끝나자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계는 야단법석이다. ‘국민의힘 패배는 윤석열 정권의 소통 부재’, ‘집권당의 전략 부재’, ‘민생 보다 이념에 치중한 정책’, ‘중산층2030 세대중도층의 반감 표출’, 등이 지적되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인적 쇄신이 절실하다’, ‘임명직 당직자들 모두 사퇴하라’, ‘패전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므로 김기현 대표는 물러나라’,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김기현 당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제외한 모든 임명 당직자들이 사퇴했다.

선거에서 참패했으면 패자 측에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면밀히 검토, 보완책을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수백 명 기초자치단체장들 중 단 하나의 보궐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이유는 다음 4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강서구 구청장 보궐선거는 한국 내 수백 개 기초자치체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데서 전 국민의 민심반영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구청장 선거는 국가 정책보다는 구청의 민원처리에 더 관심을 쏟는 특성을 지닌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10.11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 ‘패전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므로 김기현 대표는 물러나라고 했다. 교각살우(橋角殺牛)를 떠올리게 한 과도한 주장이다. 강서구 보궐선거는 장수가 책임질 정도로 큰 전투가 아니기 때문이다, 1개 사단이 전부 적에게 패한 것이 아니고 1개 소대가 패한 정도이다. 그런데도 사단장이 책임지고 해임된다면 사단장은 전투 때마다 소대 패전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군 지휘체계가 휘둘리게 된다. 도리어 적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10.11 보궐선거 책임은 국민의힘 대표까지 사퇴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둘째, 10.11 구청장 선거는 윤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 반 만에 실시된 선거라는 데서 중간 선거 성격을 띤다. 대체적으로 중간선거에선 집권당이 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집권당은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집권 2년 내에 새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집권당에 실망해 야당으로 돌아선다. 10.11 구청장 선거도 중간선거 성격을 띤 다는 데서 집권당에 불리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셋째, 강서구는 본래 야당지지 세가 강한 구역이다. 이 선거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현재 셋인데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 셋 의원들이 2021년 총선에서 받은 지지표는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무려 17.88%나 많았다. 김태우가 패한 17.15%와 비슷했다. 작년 대선 때도 강서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49.17%, 윤석열 46.97%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다만 그해 7월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지지표 59.09%, 송영길 후보 42.10%로 그쳐 국민의힘 측이 앞섰다. 저 같은 지난날의 투표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강서구는 민주당지지 성향이 높은 곳이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코로나 여파로 한국 경제는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 들어 이자도 못 내는 존비기업은 3900곳이며 자영업자의 연체는 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르렀다. 법인 파산은 58%로 급증했고 청년 고용 율은 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찬바람 속에서 유권자들은 집권당에 등을 돌리게 마련다. 그런 맥락에서 국민의힘은 10.11 참패를 집권당의 전략 부재, 집권세력의 소통 부재, 민생보다는 이념 치중 등으로 단정하며 당내 권력 다툼으로 빠져들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겸허히 반성하되 하나로 뭉쳐야 하고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차분히 선거 결과를 분석하며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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