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횡령 의혹...자택·계열사 등 압수수색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광복절 특사로 풀려 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 다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특사로 풀려 난 지 약 두 달만이다. 이 전 회장은 업무상 횡령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앞서 황제보석, 특사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고 이번에 또 다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굴곡진 인생사'를 경험하고 있다. 

경찰. [뉴시스]
경찰. [뉴시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태광CC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은 임직원들 계좌로 허위‧중복 급여를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억원 이상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계열사 임원의 경우 겸직이 금지돼 있지만, 이를 어기고 급여를 이중으로 받게 했다는 것이다. 이중 급여 의심 시점은 2015~2018년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규모가 최소 2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또다시 기업형 비리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 8.15 특별사면을 받았던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사면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다시 범죄혐의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임과 횡령이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경제를 살리는 길인가. 한동훈 장관은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더욱이 윤석열 정권은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 임원이라는 논란에도 기어코 이호진 회장을 사면해 줬다. 그 결과가 배임과 횡령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사면심사위원회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태광 이호진 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는지 밝히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법의 엄정한 심판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동종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자를 사면해 준 잘못과 책임을 시인해야 한다. 특히, 사면심사위를 이끌며 실무적인 검토를 다 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이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해 생산품을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린 생산품을 이른바 ‘무자료 거래’해 회사자금 4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때도 이 전 회장은 가족과 직원 급여 등을 허위 회계처리해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후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뉴시스]

출소 후에도 이 전 회장은  티브로드 매각 및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편취 사건과 계열사 및 협력업체에 골프회원권 강매 사건으로 고발된 상태이다.

- 또 늪에 빠트린 태광 '이호진 리스크' 해법 있나

이 전 회장이 또 다시 수사를 받으면서 태광그룹의 미래 사업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태광그룹은 최근들어 지배구조를 포함한 조직 재정비 작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지난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위원회' 설립을 통해 경영 밑그림도 공개했었다. 

태광그룹측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해외 명문대를 졸업한 후 귀국 직후 35살에 기업을 물려받았다. 공격적인 합병으로 한때 태광을 재계 30위까지 끌어올리는 수완을 보였다.

[알려왔습니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10월 11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사면 심사에서 회피하였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 임원이라는 논란에도 기어코 이호진 회장을 사면해 줬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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