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조작 솜방망이 처벌... 감옥 가도 '남는 장사'

[일요 서울ㅣ이지훈 기자]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 원을 동원해 SM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출석하는 김범수 센터장 [뉴시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출석하는 김범수 센터장 [뉴시스]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하 김 전 의장)이 지난 22일 주가조작 혐의로 16시간 가까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아직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수사 소식만으로도 주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개미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더욱이 문제는 공매도 관련 사건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방지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요서울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시세조종 사건·사고에 대해 알아봤다. 

- 김범수까지 확대되는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카뱅에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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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이하 배 대표)가 구속되면서, 시세조종 사건들이 마중물을 붓듯이 발생하고 있다. 배 대표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하이브와 SM 인수 경쟁을 벌이던 중 느닷없이 특정 펀드 세력이 SM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가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하이브와의 경쟁에서 이겨 인수권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배 대표는 인수 과정에서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다.  김 전 의장까지 금감원의 조사를 받는 상태이기에 카카오는 창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다. 하지만 이번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시되는 금융업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주가를 보면 현재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 듯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연일 하락세이다. 

향후 검찰 기소를 거쳐 법원에서 카카오의 벌금형이 최종 확정되면, 카카오는 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해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핵심 금융계열사인 만큼 그룹 전반의 성장 가능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카카오그룹이 ‘5% 룰’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에 대해서도 행정제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본지와 전화 인터뷰한 카카오뱅크 이용자는 “2017년 9월부터 7년간 꾸준히 이용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잡음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지금은 시세조종 관련 의혹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돈과 직결되는 금융 관련 문제이라서 하루라도 빨리 사태수습과 해결해 잃었던 민심을 되찾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서도 시세조종으로 당국의 수사를 받은 금융사가 있었다.  지난 4월 24일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최근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한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한 바 있다.

급락한 8개 종목은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올 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CJ이며 8개 회사에서 4일간 공중 분해된 시총만 8조 2085억 원에 달한다. 이 SG증권 주가조작 사건은 대한민국 초유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SG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가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를 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주가 조작, 통정 거래, 공매도 세력의 개입, 대주주의 사전 인지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SG증권 주가조작으로 인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사태에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임창정이 연루돼 당시 세간의 화두였다. 임창정은 “자신은 라덕연 회장에서 자금을 다 맡긴 상태였고, 약 30억 원가량 피해를 봤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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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회장은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로 주가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1000여 명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통정 거래 방식으로 8개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다가 SG증권의 대량 매도로 인해 폭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도 주가 폭락으로 수백억 원을 날렸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다른 세력에 의한 배후설이나 내부 압력설이 제기됐다.

지난 10월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하 이 원장)이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AG(이하 쉰들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하 윤의원)은 쉰들러와 한 사모펀드(PEF) 간 통정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통정 거래는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이다. 마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윤 의원은 “이를 통해 쉰들러는 1대 주주 올라가는 것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대 주주가 되면 적당히 팔려는 것 아니겠냐”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협력사가 676개에 달한다.

협력사들은 위기감이 크고, 지역경제가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금감원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봐 달라”고 강조했다.

국감에서도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증권 부문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재발 방지'를 주요 쟁점으로 여겼다.

이들은 증시 불공정거래 행위는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만큼 중대한 위반 행위로 꼽았다.

한편 주가조작과 관련한 처벌은 ‘부당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며, 부당이득의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도 산출하기 애매한 경우 최대 40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된 처벌 수준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2020년까지 5년 간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하거나 검찰에 통보한 주가조작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는 기소도 하지 못했다. 어렵게 기소해도 대법원까지 가서 실형을 선고 받는 경우는 59%에 그쳤다.

주가조작을 해도 절반은 법원조차 가지 않고 끝나고 법원에 가서 재판받아도 10명 중 4명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처벌의 수위가 낮은 이유는 부당이익을 얼마나 취했는가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처벌하기 까다롭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시장의 상황·회사의 실적·환율 다른 투자자 참여 등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외하고 주가조작을 통해서만 얻은 부당이익을 얼마인지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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