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웅 신시(神市) 배달국은 9파(派)의 이(夷)로 이루어진 까닭에 ‘구이(九夷, 九黎, 九桓)’라 부르기도 하고, 동방을 이(夷)라 하였으므로 ‘동이(東夷)’라고도 불렀다.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은 우리 민족을 동이족이라고 불렀는데 이(夷)라는 글자는 활 궁(弓)자와 큰 대(大)자가 합쳐진 큰 활(大弓)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 민족이 활을 다루는 것에 능했음을 말해준다. 후한(後漢)의 정사(正史)인 『후한서』 권85, 「동이열전」 제75에서는 동이(東夷)를 도(道)에 의거해 있는 ‘영원불멸의 군자국’으로 묘사했고, 공자도 영원불멸의 군자국인 구이(九夷)에 가서 살고 싶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환웅 신시시대의 국호인 ‘배달(倍達)’은 ‘밝달’에서 유래하였으며 ‘환(桓)’과 마찬가지로 ‘광명’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광명이세(光明理世)라는 밝은 정치이념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 「삼성기전」 하편 신시역대기에 “배달은 환웅이 천하를 평정하여 붙인 이름으로 그 도읍을 신시(神市)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배달국의 신시시대에는 환웅천왕이 군왕이 되어 경천숭조(敬天崇祖)하고 보본(報本: 근본에 보답함)하는 소도교(蘇塗敎, 수두교)를 펴고 법질서를 보호하며 백성을 두루 교화하였다. 「삼성기전」 하편에는 환웅천왕이 개천(開天)하여 백성들을 교화할 때 『천부경』을 풀이하고 『삼일신고』를 강론하여 크게 가르침을 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배달국의 통치체제는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의 삼상(三相)과 곡식(穀)·생명(命)·형벌(刑)·질병(病)·선악(善惡) 등 오사(五事)를 주관하는 오가(五加: 우가·마가·구가·저가·양가)로 이루어졌다. 풍백·우사·운사의 명칭이 바람·비·구름과 같이 ‘기후’와 관련되어 있어 농경문화와 밀착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고구려 고분벽화 등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은 농경문화뿐만 아니라 일찍이 기마문화를 발전시켰다. 기후조건은 기마인들에게도 중요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진취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누빌 수 있었던 것도 기마문화가 발달하고 특유의 기마술이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북애자의 규원사화(1675, 숙종 2년) 「단군기」에서는 신시씨(神市氏, 환웅)가 동방 인류의 조상으로 아주 오랜 옛날에 나라의 기틀을 잡았으니 단군 이전의 성인이라고 했고, 「태시기(太始記)」에는 환웅이 군장이 되어 신교(神敎)를 선포하고 치우(蚩尤)씨·고시(高矢)씨·신지(神誌)씨·주인(朱因)씨 등에게 명하여 모든 것을 계발하게 하여 나라를 다스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씨(氏)’는 고대에 존칭어로 사용된 것이다. 치우씨로 하여금 병마(兵馬)를 관리하고 도적을 막는 직책을 관장케 했고, 고시씨로 하여금 농업과 목축을 관장케 했으며, 신지씨로 하여금 글자를 만들고 왕명 출납을 관장케 했으며, 주인씨로 하여금 혼인제도를 만드는 일을 관장하게 했다.

그중에서 후세에 치우·고시·신지의 후예가 가장 번성했다. 치우씨의 후손은 서남지방을 점령하여 살았고, 신지씨의 후손은 북동지방에 많이 살았으며, 고시씨의 후손만은 동남쪽으로 유전(流轉)해 가서 진한·번한(변한)의 제족(諸族)이 되었다. 후세에 이른바 삼한이 모두 이 세 족속의 후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세 족속의 후손은 또 구이(九夷), 즉 견이(畎夷)·우이(于夷)·방이(方夷)·황이(黃夷)·백이(白夷)·적이(赤夷)·현이(玄夷)·풍이(風夷)·양이(陽夷)로 분화되어 그 지손(支孫)은 다르지만 원 조상은 다 같으므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배달국 18대(1565년) 역사 중 부국강병의 절정을 이룬 시기는 제14대 치우천왕(일명 慈烏支桓雄) 시대이다. 일명 ‘도깨비’와 ‘붉은 악마’로 알려진 치우천왕은 중국사에서 구려족(九黎族, 九夷族)의 우두머리로 나온다. 그는 도읍을 신시에서 중원의 핵심인 청구(靑邱)로 옮겼으며, 영토를 크게 확장하여 회남(淮南)·산동·북경·낙양을 다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치우씨가 비로소 투구와 갑옷을 만들매 그때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하여 동두철액자(銅頭鐵額者: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이마)라 하였다’고 한 기록이 전해온다. 배달국 신시시대로 비정되는 우하량(牛河梁) 홍산문화 유적에서는 연대가 기원전 3500년까지 올라가는 대형 원형 제단, 여신상과 여신묘(廟), 적석총과 피라미드 등 동북아 최고 문명이 발굴됐는데, 그 문화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동이족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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