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대비한 국민의힘 총선전략이 베일을 벗었다. 형식상으로는 국민의힘 소속 김포시장의 제안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천공도 주장한 바 있는 경기도를 서울로 통합하는 서울 메가시티구상이 그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1030일 김포 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면적을 따져봐도 런던, 뉴욕, 베를린, 베이징을 비교해 보니까 서울시 면적이 좁다, “인구 대비 많이 좁아서 거기에 맞춰보면 인구 대비 서울시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적 방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 통학 이것이 서울하고 직접 공유되고 있는 곳, 이런 곳들은 서울시 편입을 하는 것을 저희들은 원칙으로 삼고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눌변(訥辯)인 김기현 대표이기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는 없지만,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정책 방향으로 읽힌다. 그것도 김포시민을 위한 정책 차원에서가 아닌 서울시가 면적이 좁아 불편하니 김포시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교통대책을 마련하는 간담회에서 뜬금없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지만, 의외로 김기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울림은 컸다.

그러한 서울 메가시티구상이 김포시에 국한하지 않고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의 여러 도시들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구리시, 하남시, 과천시, 광명시, 고양시, 부천시 등 서울시 편입을 원하는 여론이 있던 도시들이 일제히 서울 메가시티이슈에 반응하였다.

국민의힘은 오랜만에 이슈를 선점한 흥분에 젖어 곧바로 부산 출신 5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 명칭을 주민 편익 개선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서울 주변의 경기도 도시를 편입시키는 이슈로 내년 총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 진짜 목표일 것이다.

수도권 이슈를 선점당한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국민의힘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안을 현실성 없는 졸속이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5호선 연장 문제를 시급히 처리하기 위해 예타 면제와 연장 문제에 협조하겠다.”는 또 따른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 김포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아마 럭비공이었던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1일에도 우리 당은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또 호남권 등에서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다.”, “광역시·, ··, ··동 행정체계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걸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행정대개혁을 제안하고 여당과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행정대개혁은 과거 이재명 대선후보의 국가 균형발전 공약인 ‘5() 3()’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라고 한다. ··, 충청권, 광주·전남, 대구·경북, 수도권을 5메가시티로 만들고 전북, 강원,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개편하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전국을 53특 체제로 재편해 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구상을 비판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구상에 힘을 실어주어야 옳았다. 적어도 수도권 메가시티구상에서는 양당이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자신들의 구상을 국민의힘에게 설명하고 국민의힘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하면 양당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아직까지도 상대당의 주장을 깎아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로섬 정치에 연연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 이슈는 반대하면 할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더불어민주당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총선 망치려고 작정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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