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시키겠다고 나섰다. 나름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선거전략이다. 보수언론만 신났다. 열심히 분위기를 띄운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망할 줄 알았는데, 살길을 찾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에 비해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김포시만 빼면, 다른 수도권 지자체도 대부분은 부정적이거나 거리를 둔다. 속내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 공학적으로 볼 때 효과가 의심스럽다. 김포시, 고양시, 하남시, 부천시, 안양시를 비롯한 원하는 모든 인접 도시에서 어느 정도 재미를 볼 순 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민 60.6%가 반대한다. 특히 20대는 74.5%가 반대한다. 서울에서 김포시 편입 공약은 여권과 민심을 갈라놓는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물론, 서울특별시 김포구도 나오고, 서울특별시 하남구도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여권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지방의 소외감과 반발을 무시할 수 있을까? 총선은 내년 4월이고, 대선은 2027년이다. ‘서울공화국 공약으로 2027년 대선을 치를 생각이 아니라면, 여권도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김포 시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집 전화 지역 번호가 02로 바뀐다.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에 묶이니 집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를 집 앞인 서울에서 잡을 수 있다. 여전히 경기도 버스가 다니겠지만, 김포 버스는 서울 시내버스로 격상될 것이다. 영등포에서 택시를 타도 시계 외 할증으로 요금을 더 내진 않을 수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김포가 서울로 들어오려면 쓰레기 매립지를 받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소문이 돈다. 세수가 줄어든다. 시에서 자치구가 되면 지방세 중 주민세, 지방소득세, 담배소비세를 걷지 못한다. 김포는 연 3천억 정도를 포기해야 한다. 경기도에선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치던 김포시는 서울에선 강서구 끝머리에 달린 곳이 될 것이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집값은 근접성, 인프라, 교육여건 등 변수가 많다. 행정구역상으로 서울이 된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진 않는다. 김포 골드라인에 인접한 김포 운양동 아파트값은 도봉구나 강서구 아파트값보다 낮지 않다. 오른 집값이 김포 시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왜 이런 제안을 던졌을까? 우선 본인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물러났어야 하는 데 겨우 살아남았다. 수도권 민심도 여권에 돌아서고 있다. 수도권 참패가 예상됐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기현 대표나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레이스에서 기선을 제압한 것만으로도 이미 다 얻었다.

정치에 윤리적이길 바라고, 합리적이길 바라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서울이 되길 원할 때, 그걸 덥석 받아서 욕망에 불 지르는 것을 대단한 선거전략으로 치부되는 세상이 되었을 뿐이다. 나라의 운명을 그들에게 맡겼으면, 맡긴 국민은 그 대가를 치를 각오를 다지면 된다. 정치는 나라를 망치지만, 세상을 망치는 선택은 민중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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