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역 과반교체’ 전망 속 민주당 공천 기조가 정치지형 결정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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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전북은 국민의힘의 부단한 서진(西進) 노력에도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관성이 뚜렷한 콘크리트 지역으로, 벌써부터 민주당 내부 경선 열기로 뜨겁다. 호남을 향한 정부와 여당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지만, 총선을 5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전북 정치지형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호재가 없는 데다 당정 지지율도 요지부동이다. 여야 대결구도로만 놓고 보면 ‘내년 총선도 이변은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평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 정치권은 총선시계가 빨라짐과 동시에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새 인물론이 충돌하는 ‘집안 싸움’ 구도가 짙어지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은 당원 모집에 조직력을 총동원하고 있고, 국회 첫 입성을 노리는 정치 신예들과 여의도 재등판을 노리는 야권 중진급 인사들이 난립해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야권 중진의 여의도 재입성 여부도 전북 총선의 핵심 관전포인트다.

역대(17~21대) 총선에서 전북의 현역 교체율 평균은 70% 안팎에 이른다. 내년 선거에서도 최대 4~5명의 현역이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민주당 선출직평가위원회의 다면평가에서 낙제가 유력한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지명되는 분위기다.  

이렇듯 지역 민심이 전북정치 혁신을 주도할 새 인물 물색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공천시즌을 앞둔 전북은 각 지역구 현역 의원의 커리어를 위협하는 신‧구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양상이다. 

한편 지연되고 있는 전북의 선거구 획정도 중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 이원택(초선, 김제‧부안) 의원 등 전북 현역들과 지역 정가는 반드시 현행 10개 선거구를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전주‧익산‧군산 등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한 만큼 이 또한 전북 정치지형을 크게 뒤흔들 잠정 요소로 꼽힌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뉴시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뉴시스]

‘전북 1번지’ 전주, DY 총선 출마 여부 최대 관건

전북 정가의 중심지로 꼽히는 전주갑의 경우 타 지역구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상황이다. 다만 내년 2월 공천시즌이 본격화되면 후보군의 폭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선 김윤덕 민주당 의원과 신원식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가 일찌감치 대결구도를 이룬 상태다.

김 의원은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특보단장,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등 당 안팎에서 중임을 두루 맡으며 활발한 의정을 폈던 만큼 지역 신뢰도가 두텁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해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거듭난 만큼 당내 입지도 탄탄해 전주 3선이 유력시된다. 반면 신 전 부지사 역시 전북 도정에 밝은 인사로 정치 신예지만 지역 내 인지도 등에서 김 의원이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평가다. 

전주시을은 4.5 재‧보궐선거로 국회 입성 쾌거를 이룬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전북 숙원사업인 새만금 예산 복원을 강조하며 호남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정운천(비례대표) 국민의힘 의원의 대결구도가 성립된 가운데 후보 난립이 가장 심한 지역구다. 민주당에선 양경숙(비례대표) 의원, 최형재 정책위 부의장 고종윤‧이덕춘 변호사 등이 하마평에 올라와 있고 정의당에선 오형수 전북도당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단일 지역구에 무려 4개 정당 소속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터라 후보간 이합집산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주병의 경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최대 이슈다. 지역 정가에선 정 전 장관의 전주병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현역인 ‘정책통’ 김성주 의원도 3선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민주당의 공천 기조에 따라 전주병 선거구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전 장관과 김 의원의 깊은 라이벌 구도도 재조명된다. 김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당시 정 전 장관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선 정 전 의원과 리턴매치를 치른 끝에 국회 재입성 쾌거를 이루며 설욕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 [뉴시스]
한병도 민주당 의원 [뉴시스]

익산, 민주 ‘전략통’ 한병도 사법리스크 변수에 주목 

익산갑은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인사간 공천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현역인 초선 김수흥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고상진 익산발전연구원장, 이춘석 전 의원 등이 일찌감치 지역구 민심을 놓고 신경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권희 진보당 지역위원장이 출사표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익산갑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민주당이 공천장을 쥐어주는 이가 22대 국회로 입성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익산을은 3선 도전에 나서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지역구 터주대감이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재선가도에 지뢰가 깔렸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이 구형되면서다. 다만 지역 정가에선 민주당이 22대 총선 공천으로 한 의원을 재신임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한 의원이 현재 중앙당 총선전략 수립기구인 전략기획위원회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에 대적할 잠정 맞수로는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과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신예 정치인인 이희성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조 위원장의 경우 20대 국회까지 4선을 지낸 중진 인사로,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나 새천년민주당 등 구 진보권 출신인 만큼 지역 내 입지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지만 현역인 한 의원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익산 정치권의 중평이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 [뉴시스]
신영대 민주당 의원 [뉴시스]

군산, ‘비명’ 신영대 겨냥한 친명계 출마러시 통할까  

군산은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계파간 대결구도가 돌출된 지역구다. 현역인 초선 신영대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만큼, 총선 공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에 당내 강성 친명계로 꼽히는 김의겸(비례대표) 의원이 군산을 22대 국회 진입 발판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민주당 소속 채이배 전 의원과 중앙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전수미 변호사 등도 군산 출마를 앞두고 있어 당내 공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이근열 군산시 조직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그럼에도 신 의원은 당내 비주류지만 21대 국회 임기 동안 군산시민의 염원으로 손꼽혔던 전북대병원 건립,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등 지역 내 숙원과제들을 꿰뚫는 노련한 의정을 선보여 현지 민심이 호의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전북도의회, 군산시의회 등 지역의회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도 친명 후보군의 진입장벽을 드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에 지역 정가 일각에선 내년 초 공천 국면에서 군산 만큼은 당내 계파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신 의원은 비명계라지만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두 번 지냈을 정도로 내부 평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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