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만에 새 선장 승선...계열사 CEO 세대교체 바람 불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B금융그룹의 새 선장 임기 시작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9월 회장 임원추천위는 양종희 부회장을 최종 선택했다. 양 내정자의 임기는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이런 가운데 KB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계열사 11곳 중에서 올해 말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9곳, CEO 10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연말을 기점으로 안정을 택할지, 대규모 교체를 통한 파격 인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 계열사 9곳, 10명 CEO 올해 말 임기만료...'새 술을 새 부대'로 담을까
- "회사 경쟁력 도모하고 헌신적인 노력 끌어낼 리더십 있는 사람 발굴"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내정자는 지난달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11개 계열사 경영진과 상견례를 진행한다. 이번 상견례에는 이재근 행장과 서영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세민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지주 핵심 임원들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희 신임 회장[제공 : 홍보팀]
양종희 신임 회장[제공 : 홍보팀]

양 내정자가 취임 전부터 경영진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이유는 9년 만에 수장 교체에 계열사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양 내정자는 최종 후보 내정 직후 “기회를 주신 회추위에 감사드리고,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의 연임과 교체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을 비롯해 KB증권(박정림·김성현) ▲KB손해보험(김기환) ▲KB국민카드(이창권) ▲KB자산운용(이현승) ▲KB캐피탈(황수남) ▲KB부동산신탁(서남종) ▲KB저축은행(허상철) ▲KB인베스트먼트(김종필) 등 총 9개 계열사 CEO 10명 임기가 12월 말 끝난다.

- 신임 회장과 함께할 공신은 누구 될까

업계에선 양 내정자의 첫인사인 만큼 새로운 비전에 발맞추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타 금융지주사들도 수장이 바뀐 후 핵심 계열사 CEO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우선 올해로 5년째 KB증권을 이끄는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대내외 악재로 거취가 불투명하다. 특히 라임 펀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가 박정림 대표의 연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끄는 김기환 대표는 독보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임금 협상을 두고 회사 측과 노조 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짓지 못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KB금융은 계열사 CEO들의 첫 임기를 2년, 연임 시 1년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CEO들은 3년 이상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올해 1월 선임돼 2024년 1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양 내정자는 지난달 11일 진행한 약식 인터뷰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 대해 "이사회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회사의 경쟁력을 도모하고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 등을 고려해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회추위, 양 신임 회장 경영철학 높이 평가

한편 양 내정자는 국민은행의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다. 2008년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이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끌어낸 주역이었으며, LIG손해보험 인수 후에는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면서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을 끌어올리고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는 토대를 다지면서 그룹 내 비은행 강화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 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하여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보여줬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내정자는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역량 있는 CEO 후보”라며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한 후보다"라고 했다.

이어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 능력은 그룹의 지도자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회추위는 판단했다”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김 회추위원장은 “소통하고 공감하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과 함께 양종희 후보가 제시한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과 가치 경영 그리고 강력한 실행 의지와 경영철학이 높이 평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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