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영본부장, 낙하산의 또 다른 낙하산인가

경기도 출자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 삼임이사가 김동연 경기지사와 덕수상고 선후배 사이로 김 지사의 캠프 출신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상임이사 취임 이후 기존 이재명 낙하산으로 여겨지던 전임 대표이사가 중도하차하고, 경영본부장 선임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상임이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혹마저 제기됐다. 사진은 김동연 경기지사. [경기도]
경기도 출자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 삼임이사가 김동연 경기지사와 덕수상고 선후배 사이로 김 지사의 캠프 출신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상임이사 취임 이후 기존 이재명 낙하산으로 여겨지던 전임 대표이사가 중도하차하고, 경영본부장 선임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상임이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혹마저 제기됐다. 사진은 김동연 경기지사. [경기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경기도 출자기관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가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 신임 경영본부장을 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영본부장 채용 과정을 두고 열린 인사위원회 자격 여부가 그 원인이다. 올 상반기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두 차례 경영본부장 채용 공모를 진행했으나, 인사위원회에서 적임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 내려 수개월간 공석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7월 인사위원 6인이 추가 위촉되면서 이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경영본부장을 채용했다. 기존 인사위원들이 여전히 임기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본부장 채용 회의에 단 한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김동연 캠프 및 덕수상고 출신 상임이사 취임 후, 이재명 라인 대표이사 사임
인사위원 위촉 일방통행… 신임 경영본부장은 상임이사 우리금융그룹 후배

올 상반기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이하 경기도주식회사)는 임직원의 채용, 승진, 인사제도 및 퇴직 등 주요 인사 관련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인사위원회 운영규칙을 제정했다. 내부 운영 지침 마련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위원회 운영을 위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사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7인 이내로 구성토록 돼 있는데, 경영본부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최대 6인까지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위촉 대상이 되는 인사위원 가운데 최소 2/1이상을 외부인으로 둬야 한다. 공정성을 기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임기를 시작한 신임 경영본부장 채용 과정을 두고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앞서 지난 4월 전임 경영본부장이 임기를 마치는 시기를 전후해서 신임 경영본부장 공고를 올리고 채용을 위한 심사가 진행됐으나, 두 차례나 진행되는 동안 인사위원회에서는 ‘적임자 없음’을 결론 내렸고, 경영본부장의 공석은 이어졌다.

경영본부장 모집 전형 중에 인사위원 신규 위촉?

1차(5월12일), 2차(6월15일) 모집에서 경영본부장은 채용되지 않았고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 8월7일 3차 모집을 진행했다. 이 때 지원한 서혁진 전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인사위원회 절차를 거쳐 경영본부장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제기됐다. 기존 인사위원이 임기 중에 있는데 신규 인사위원이 위촉됐고 이들로 구성된 경영본부장 인사위원회가 열렸던 것.

경기도주식회사 측은 지난 2차 경영본부장 채용 관련 절차가 진행되던 도중에 신규 인사위원이 위촉된 것이 확인됐다. 당시 6월15일부터 모집공고가 올랐고 서류접수 일정이 진행 중이던 7월1일 신규 인사위원을 위촉했다는 것이 경기도주식회사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기존 인사위원회 운영 규칙에는 인사위원 임기에 관한 규정이 없었고 신규 제정된 인사위원회 운영규칙에 따라 인사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설정했다”라면서 “기존 7명 인사위원들의 임기가 2년을 초과한 상태여서 기존 인사위원의 사임의사 확인 후 신임 위원을 위촉하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임 경영본부장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이던 지난 4월, 당시 이창훈 대표이사 등과 함께 인사위원회 운영규칙을 제정하면서 ‘향후 계획’에 기존 인사위원의 임기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 취재 중 확인됐다. 인사위원 임기는 2년으로 하고 1년의 연임이 가능케 했으며, 기존 인사위원의 경우 2023년 12월31일까지 임기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인사위원 구성을 비롯한 각종 인사에 대한 의혹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주식회사]

기존 인사위원 해촉? 유선 상으로 확인?

그럼에도 지난 7월1일부로 신규 인사위원을 위촉한 이유는 뭘까. 본지는 ‘기존 인사위원 임기를 올해 말까지로 알고 있는 위원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고, 경기도주식회사는 “유선 상으로 (사임의사)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답해왔다. 즉, 기존 위원들이 사임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유선 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해촉이 결정 될 수 있나. 사임의사를 회사가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쳐 판단을 내려야한다. 예를 들어, 당장 오늘 사임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회사가 중요한 인사절차에 있다면 이를 마무리 짓고 해촉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경영본부장 2차 채용이 진행되는 절차 중에 해촉과 위촉이 이뤄졌다는 것.

둘째, 실제 자신의 해촉을 알고 있는 인사위원이 있나. 본지가 접촉한 복수의 인사위원들 가운데 누구도 자신이 해촉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위원은 “저는 전임 대표가 위촉해서 올 초 진행한 사업본부장 채용에 인사위원으로 참석했다”라면서 “이후 임기를 올해 12월31일까지로 한다고 들었으나, 해촉과 관련된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B위원 역시 “해촉 절차를 거친 적 없고,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바 없다”라면서 “임기를 올해 말까지로 알고 있다”라고 같은 답을 했다. 이들 중 한 위원은 취재진에게 “아마 경기지사와 관계있는 분들이 회사로 들어오면서 측근들로 채우려고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고 귀띔했다.

올 초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임용된 이승록 상임이사는 김동연 경기지사 캠프에 있었던 인물로, 앞서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부사장(부행장 등)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미 김 지사의 덕수상고 선후배사이로도 알려져 있는, 이른바 ‘덕출이(덕수상고출신)’로 정재계에 이름 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런 그가 수년간 공석이던 상임이사 자리에 온 것은 우연일까.

김동연 경기지사의 학연, 그리고 또 다른 낙하산 인사?

임원추천위원회는 10명 이하(대개 6~7명)로 구성되는데 이승록 상임이사가 취임하기 전 열린 임추위에 참석했던 한 임추위 관계자는 “경기도 비서실인가 어딘가에서 올려진 인물이었다”라면서 “경기도주식회사가 상임이사 공석을 유지한 데는 자금 문제도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고위직 임원 채용 보다는 직원을 늘려 실무 지원을 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상무이사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임 이창훈 대표이사는 임기가 남았으나, 사임하고 경기도주식회사를 떠났다. 휴가사용의 규정 위반 등이 지적 사례로 떠오르긴 했으나, 재계에서는 ‘물갈이’라는 소문이 떠나지 않았다. 과거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져 역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었다. 

신임 경영본부장으로 채용된 서혁진 본부장은 앞서 언급했듯 우리파이낸스 법인장을 지냈던 인물로, 상임이사의 우리금융그룹 후배다. 특히 2013년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카드가 분사할 때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낸 바 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바 있다.

대표이사가 없는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현재 김동연 라인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블라인드나 각종 SNS에는 이미 불평, 불만의 목소리가 올라온다. 한 네티즌은 “자본이 튼튼하지 않고 경기도 예산에 의존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청 특화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우리(경기도)가 지분도 20% 밖에 안 되는데다 위탁사무 외의 일은 행정적으로 관여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저희는 90% 이상이 경기도의 위탁사업”이라며 “자체사업 역량을 키우기 힘든 구조”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경영본부장 선임을 위해 진행된 인사위원회 구성이 기존 인사위원의 정상적인 해촉 없이 이뤄진 것인지를 두고 의혹은 지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라도 인사위원회 구성 관련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이를 통해 채용된 경영본부장도, 신임 위촉된 인사위원들도, 인사위원을 위촉한 대표이사 권한 대행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전경.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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