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긴급백신 공급… 한우, 소비위축이 더 우려

럼피스킨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정부는 비축해둔 백신을 언급하며 사전 백신 접종의 전국 확대 필요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지역과 경북지역만 방어선 구축 등으로 감염사례가 없는 상황에 이르자 백신 접종의 전국 확대에 나섰다. [한우협회]
럼피스킨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정부는 비축해둔 백신을 언급하며 사전 백신 접종의 전국 확대 필요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지역과 경북지역만 방어선 구축 등으로 감염사례가 없는 상황에 이르자 백신 접종의 전국 확대에 나섰다. [한우협회]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그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한우 농가의 시름이 높다. 특히 국내 사육량이 350만 두에 이르면서 해외 한우 고기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터라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더 큰 확산을 막고자 발 빠르게 백신을 투입하며 경계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 럼피스킨병 감염 사례가 없는 제주도와 경상북도 지역은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정에 공급받는 소고기는 절대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방역에 안간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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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0일 국내에서 소 럼피스킨병에 감염된 첫 사례가 확인됐다. 럼피스킨병은 주로 침파리(흡혈파리), 모기 등과 같이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소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가 이 병에 감염되면 고열 및 피부 결절 등이 발생한다. 폐사율은 10% 이하지만, 우유생산 급감을 비롯해 유산이나 불임 등의 가능성이 높아 농가 피해가 크다. 

이에 정부는 럼피스킨병을 1급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단순히 직접 접촉 외에도 오염 사료나 물 섭취 및 오염 주사기 등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파리나 모기, 진드기 등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에 의한 전파도 가능해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제주지역과 경상북도 두 곳이 유일하게 감염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제주도와 달리 경북은 이웃하고 있는 충청도와 경남 등이 모두 감염지역이어서 방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북은 전국 한우의 22%에 이르는 78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더욱 경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집에서 먹는 우유 안전은? 소고기는 괜찮을까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혹여라도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우유를 마시게 될까하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실제로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가 생산하는 고기나 우유를 마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럼피스킨병 발병 사실이 알려진 농장과 주변 농장의 소는 모두 살처분되고 있다. 식품유통망에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

농축산부는 “럼피스킨은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라면서 “감염된 소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동제한으로 한우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나 사육 마릿수 등을 고려할 때 수급이나 가격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원유도 가격 결정 특성상 가격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지난 11월1일 취재진에게 “현재 국내 사육 두수가 350만 마리에 이르는데 실제로 감염 및 주변 농가의 발병 등으로 살처분 처리된 두수는 20만 두에 그친 정도”라면서 “수출량에는 일시적으로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국내에 공급되는 고기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출은 상대국이 럼피스킨병 발병 지역의 소를 수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현재 해외로 수출 가능한 지역이 제주와 경북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11월1일 한우의 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만큼 국내 소비자들께서 오늘 하루 한우를 열심히 먹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우협회를 비롯해 농축산부 등은 럼피스킨병 발병 소식에 잠시 소비 위축 및 가격 상승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살처분 두수가 20만 마리에 이르지만 이는 국내 소비량을 고려할 때 전체 사육 두수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는 설명. 

특히 국내에서 한우 고기 소비량 등을 고려할 때 적정 사육 두수가 200~250만 마리지만 현재 기준 350만에 이르는 국내 한우 사육량은 수출까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 한우 업계의 정설이다. 

럼피스킨병 언제 종식될까… 전국 한우 백신접종

농축산부는 기존에 비축하고 있던 54만두 분량의 럼피스킨병 백신 외에 추가 400만 두 분량에 대한 수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간은 럼피스킨병이 전염되지 않은 시군 지역에서 사전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는 않았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럼피스킨병 전염 초기 “백신 접종을 사전에 진행하지 않는 것은 전염 지역이 아닌 농가까지 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관계 회의를 거쳐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1월1일 입장이 바뀌었다. 농축산부는 “오는 11월10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구제역 백신과 동시 접종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에 소비자들과 축산 농가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두고 너무 뒤늦게 확대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 제주도를 제외하고 각 시도와 접경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 경북은 럼피스킨병 백신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우 사육량이 78만 마리에 이르는 만큼 경북이 럼피스킨병에 뚫렸을 때 국내 한우 공급량 역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수출량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경북도는 “백신 접종 이후 각 농가에서 항체 형성(약 1개월) 전까지 파리와 모기 등 곤충의 구제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북에서도 한우 사육 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주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A씨는 “개별로 기르는 한우 마릿수가 많지는 않아도 시골 여기저기 각 농가들의 수입원이 한우인데”라면서 “만약 걸려서 살처분하게 된다면, 정부에서 비용 보전을 해주더라도, 다시 송아지를 사서 기르고 농장을 일으키는 데는 적지 않은 부담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방역을 좀 단단하게 해서 지금 감염되지 않은 농가들은 안전하게 지켜주시라”고 정부를 향해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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