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범죄사실로 고소를 당하여 법무법인을 찾아온 의뢰인에게 불기소처분 또는 무죄판결을 받아드리는 것은 변호인으로서도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의뢰인과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엉엉 우는 의뢰인의 앞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억울한 고소를 당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무거운 분위기의 수사기관과 엄숙한 법정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심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성범죄 피고인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피의사실만으로도 사회적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자칫하면 성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인간을 잠식한다.

형사소송 절차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기쁨의 시간도 잠깐이고, 환희가 지나가면 묻어 두었던 분노가 고개를 드는 것 같다. 많은 의뢰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 점이 바로 ‘무고죄 고소’이다. 본인의 무죄가 증명되었으니, 이제는 반대로 신고자의 차례라는 것이다. 드디어 반격에 나선다는 기대감과 설렘까지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입장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호인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열에 아홉의 경우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릴 수밖에 없곤 한다. 무고죄의 보호법익 때문이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죄이다. 의의만 보면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로 오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고죄는 형법각칙에서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로 분류된다. 그 주된 보호법익이 국가의 사법작용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무고죄에 대하여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다만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 또는 징계받지 아니할 이익을 부수적으로 보호하는 죄’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무고죄는 고소사실에 대해 법원이 신고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당연히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등식처럼 신고자가 무고의 고의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도에 대법원 판결로도 확정된 법리이다. 대법원 판례들에 따르면, 신고자가 객관적 사실관계를 사실 그대로 신고한 이상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였거나, 형사책임을 부담할 자를 잘못 택하였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고, 심지어 신고사실의 진실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명을 요하기 때문이다.

신고사실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과, 형사처벌 받게 할 것을 작정하고 허위사실을 꾸며낸 경우는 구분되어야 한다. 억울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서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무고죄의 보호법익은 정당하다. 범죄피해자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이것이 실무에서 무고죄 고소를 잘 권하지 않고, 유죄판결 선고율도 저조한 이유이다. 대개의 경우, 변호인은 일련의 신고사실에 대하여 범죄가 인정되지 않음을 변론하고 그에 따른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지, 신고자가 순수하게 무고만을 결심하고 허위사실을 작출한 행위에 대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무고죄가 그 성립에 있어 일반상식과 다소 결을 달리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고 피해자까지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무고죄 고소는 전문가의 세심한 검토와 판단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무죄판결에 뒤이은 피고인의 카운터 펀치로만 여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박지양 변호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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