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강도 혁신안 고려에 계파 갈등 '뇌관'으로

박병석 전 국회의장 [뉴시스]
박병석 전 국회의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정치권이 본격적인 22대 총선 준비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혁신 요구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연일 고강도 혁신안을 처방하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행보와 대조되는 민주당의 잠행이 지속되면서다. 아울러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민주당 내 인적 쇄신 요구도 재점화된 상황이다. 다만 고강도 인적 쇄신은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은 최근 혁신위를 발족하며 민주당보다 먼저 혁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통합과 희생을 강조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불출마 선언 및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깍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나.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지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민주당 200석 압승이 아니라 민주당 100석·범국민의힘 계열 200석 가능성이 더 높은 구도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이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실명을 콕 찍어서 '당신은 여기 가라', '당신은 저기 가라'. 무슨 권한으로 그런 말을 하나"며 "가더라도 밀려서 가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 전 의장은 지난 6일 우상호·오영환 민주당 의원에 이어 3번째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박 전 의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300명 국회의원 중 유일한 6선이고, 소위 민주당 험지인 지역구에서 6번 연속 낙선 없이 선택받고 국회 의정을 총괄하는 의장을 했으면 국회에서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전 의장의 불출마는 곧 민주당 내 다선용퇴론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환영한다. 그리고 그의 용단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며 "다른 다선 중진 의원들 역시 용퇴와 험지 출마로 대의에 함께 해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고,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4분의 3 이상, 즉 39명 중 30명은 개혁적인 인물로 물갈이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세력 교체를 위해 ▲현역의원 50% 이상 교체를 위한 공천 규정 재정비 ▲다선 의원의 불출마 권고 ▲3선 이상 다선 의원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고강도 인적 쇄신은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앞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요구한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감산 대상 및 범위 확대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금지 ▲다선 용퇴 권고 등의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다수의 원외 친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공천룰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비명계 '찍어내기'라는 지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 비명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지난 5월에 22대 총선 특별당규를 전당원 투표를 통해서 통과시켜 놓은 다음에 또다시 이걸 만지작거려서 당내 총선 관련 룰을 건들 필요가 있나"며 "오히려 전체적인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 그리고 당이 이번에도 수도권은 지키고 영남 쪽에는 더 확장하기 위한 그랜드 플랜이 무엇인지 이런 부분에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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