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토록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김영춘 전 의원이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의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을 때 여야 모두가 동의했다. 특히 유시민 전 이사장을 싫어하는 보수우파들 사이에서 그의 사람됨을 한마디로 요약한 명 인물평으로서 아직까지 여의도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유 전 이사장과 엇비슷하게 욕을 먹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이준석 전 대표다 이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라고 고함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억울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안 의원이 아들 뻘한테 들은 고성의 이유가 다름아닌 본인이 빌미를 제공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찾아 부산을 방문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 응대'를 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를 이 전 대표가 듣다가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114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부산 토크콘서트장 맨 앞자리에 앉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쏘아붙이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인간적 모멸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중간에 영어식(?) 키득키득 웃음까지 더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60년 이상 한국에 살며 한국 국적도 취득했고, 유창한 한국어에 4대째 한국 사랑을 이어온 그에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영어로 미스터 린튼이라 칭한 건 당신이 아무리 한국인 행세를 해도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무시하는 태도로 읽혔다.

이 두 사건이 아니더라도 본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현할 때도 필자는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패널로 참석하면서 정면에 배치된 모니터 화면 댓글창에 자신을 비판하는 글이 나올때마다 익명의 시청자와 수시로 언쟁을 했다. 사회자가 현안에 집중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이 전 대표는 카메라밖 보이지 않는 비판자와 핏대를 높이며 고성을 날렸다. 아무리 유튜브 방송이라고 해도 적절치 못한 행태로 비쳐졌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준석 하면 필자의 머리에 싸가지라는 말이 연상됐다. 결국 터질 게 터진 셈이다. 그래도 유시민은 적과 아군을 구별해 싸가지 정치인이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결국 노무현 정권에서 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고 대권주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출마까지도 했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적과 아군 구별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야당보다 더 여당을 제껴 버린다. 보수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보수의 핵심 가치를 무시하는 정치인으로 비쳐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제일 중시하는 가치가 품격이고 그런 정치를 위해선 예의와 배려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야당보다 여당인사들이 더 비판하는 이유다. 과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라는 개혁소신파가 있었다. 그전에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있었다. 두 집단 모두 여야 원로들로부터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당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결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소신정치보다 바람정치, 개혁보다는 젊은 정치인의 꼰대스러움이 엿보인다. 최소한 적과 아군은 구별해서 총을 쏘기 바란다. 그래야 본인이 원하는 신당창당이건 대권이건 성공 가능성이 있다. 난사는 속은 후련하겠지만 결국 동지도 적도 다 죽고 혼자 남게 된다. 나홀로 정치를 할 것인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