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는 서울에 있다” 이준석, 신당 창당 공식화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제3지대 정당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반윤(反尹)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하는 친문(親文) 신당의 탄생에 따라 야권 우위의 총선판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의 태도는 신중하다. 특히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층을 갈라치는 꼼수정당의 등장이 내년 총선 구도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예측불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신당과 조국 신당의 파괴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지난 2106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국민의당 돌풍처럼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지 아니면 민주한국당, 국민통합21, 창조한국당 사례처럼 찻잔속 태풍이 그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은 분명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여야 당대표. 뉴시스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여야 당대표. 뉴시스

-“비법률적 명예회복조국, 22대 총선 출마 시사
- 제3지대 신당보다 준연동 비례제 기반 위성정당
- 선거제 개편 지지부진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설

관건은 선거제 개편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의 국회 의석수와 파괴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특성상 지역구 의석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해도 정당투표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으면 원내 의석이 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의 위성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민주당의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각각 얻었다.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 방지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 일부를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한다.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는다면 최소한의 원내 의석을 확보하는 비례정당은 가능하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선다면 상황은 급변한다.

이준석, 신당 공식화국힘, 견제속 평가절하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대면 과정에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반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최근 이 전 대표는 TV·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주요 언론 인터뷰, 각종 특강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창당일도 1227일로 못박았다. 출마지역도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이나 수도권이 아니라 보수텃밭이자 국민의힘의 심장부를 대구를 겨냥했다. 더 나아가 보수계열 신당으로서 광주를 돌파할 수 있다며 영호남 동시공략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구 출마 여부와 관련, “국민의힘에는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새로 뭔가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고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만약 (대구에 출마)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며 친윤 낙하산 후보와의 정면대결 방침도 내비쳤다. 이어 대구 도전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문민정부 시절인 199615대 총선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대구 13석 중 8석을 얻은 파란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 자신감의 근원은 신당 지지율이다. 뉴데일리가 피플네트웍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5.4%, 국민의힘 32.2%, 이준석·유승민 신당 21.1% 등의 순이었다. 특히 TK지역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30.1%1위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29.8%, 민주당 27.6%을 따돌렸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정기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민주당 38.1%, 국민의힘 26.1%에 이어 유승민·이준석 신당 17.7%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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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견제모드에 돌입했다. 김기현 대표는 혐오, 비난, 분열의 언어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이 전 대표를 정조준한 뒤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이모, 고모, 숙모, 삼촌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신당 파괴력에 회의적 시선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제시한 신당 창당까지 남은 50일 동안 조직과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절하 시각도 있다.

갈 길 바쁜민주당, 조국신당 출현 내로남불 우려

민주당 상황도 불투명하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총선승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키웠다. 구속영장 기각 사태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윤석열정부 실정을 바탕으로 최대 200석 대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왔다. 다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편입등 메가시티론 이슈 동학개미 표심을 노린 공매도 전격금지 은행·플랫폼기업의 독점금지 질타 등 정책 이슈몰이에 나서면서 양당의 전국 지지율은 팽팽하다.

민주당의 최대 딜레마 중 하나는 조국 전 장관의 행보다. 조국 전 장관은 총선 출마설을 강력 부인해왔지만 최근 스탠스는 180도 달라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6일 시사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 자녀 입시비리 등에 최대한 법률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안 받아들여지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 다시 말해 총선출마 의지다. 10일에는 페이스북에 임박한 총선은 무도하고 무능한 검찰 독재의 지속을 막고 무너지는 서민의 삶을 살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는 결정적 기회라면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심판, 민주 진보 진영의 총선 승리, 절대다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권교체 등은 내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직업 정치인으로의 워딩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후 조 전 장관의 광폭행보 중이다. 9일 경남 양산 평사마을 책방에서 신간 디케의 눈물사인회 개최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조우했다. 이어 호남에서도 대규모 릴레이 북콘서트를 예정 중이다.

조 전 장관의 출마지로는 여러 곳이 거론된다. 고향인 부산지역이나 서울대 교수를 지낸 서울 관악,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 무소속 출마 등이 주요 선택지다.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기반으로 비례정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은 이미 성공사례도 있다. 21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조국 세력이 결집했던 열린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자는 없었지만 비례대표 의원 3명을 배출했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 중심의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장 큰 우려는 내로남불 논란이다.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공정성 논란이 총선국면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국의 강을 어렵게 건너왔는데 또다시 조국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다. 친명계인 김영진 의원이 정치와 국회의원 출마가 명예 회복의 수단은 아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조 전 장관이 22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다면 야권의 차기지형 또한 메가톤급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독주하는 가운데 조 전 장관이 대안카드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문진영은 마땅한 차기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의 정치적 연대에도 나설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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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고민은 조국신당만이 아니다. 이준석신당도 신경쓰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준석신당 출연시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손해를 볼 것이라는 조사결과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정부의 대항마라는 투사 이미지에 민주당에 실망한 소극적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 탓이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무선ARS방식)에서 이준석신당 창당 시 민주당 이탈층은 17.9%, 국민의힘 이탈층은 13.9%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이준석신당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준석신당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총선 전에 100% 국민의힘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장담한다왜냐하면 지난 대선 때에도 큰 그림을 그려냈다고 꼬집었다. 지난 대선 막판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정면충돌과 극적화해를 볼 때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해석이다.

준연동형 비례제 존폐 관심신당 존립 좌우

소선구제 기반의 양당제가 특징인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는 지지율 20%로는 제3지대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기 힘들다. 영호남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이준석신당, 조국신당 모두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내 진입은 기정 사실이고 의석수를 어느 정도까지 늘릴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21대 총선을 앞둔 2019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이다. 국회 전체 의석수를 '지역구 253, 비례대표 47' 300석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상한선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눈길은 선거제 개편 여부로 쏠리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22대 총선에서도 유지될 경우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깜깜무소식이다. 총선 1년 전이라는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꼼수 위성정당 폐지 또는 개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금지하는 것이지만 여야가 제3지대 신당 견제를 위해 모종의 밀약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민의힘은 이준석신당, 민주당은 조국신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거대 양당에는 불리하고 신당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제를 폐지하고 과거처럼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득표율로 의석를 배정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개혁후퇴다. 그래도 정치는 현실이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거세게 비판했지만 결국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는 모순을 선보인 바 있다. 여야가 눈앞의 실리를 놓고 선거제 개편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한국정치는 기본적으로 양당제다. 역대 총선에서 수많은 제3지대 정당이 명멸해갔지만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은 건 김종필 전 총재가 주도했던 자유민주연합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국민의당 정도라면서 3지대 정당의 성공은 유력한 차기주자와 확실한 지역기반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의 경우 기존 여야와 달리 지역기반이 불투명하고 리더에 대한 국민적 호불호가 극단적인 것도 부담이다. 비례 꼼수정당 이상의 성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1대 국회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리당략과 유불리만 따지면 민생경제를 등한시했다총선 과정에서 기존 여야의 쇄신과 반성이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이준석신당과 조국신당이 이슈몰이에 성공할 경우 예기치 못한 폭발력을 지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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