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1월2일 ‘세월호 구조실패’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직 해경 간부들에게 모두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구조에 늦장 부렸다는 해경 간부 10명이 전부 무제로 최종 판결 난 것이다. 또한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고시간 등을 허위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6월 무죄로 확정 판결되었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방해로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심에서 무죄 선고되었다. 그들에게 죄가 없었음을 입증한다.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여론에 떠밀린 무리한 기소였음을 확인케 한다.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참사 조사는 9차례나 반복되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말도록 수사해 진실”을 밝혀내라고 다시금 촉구했다. 문재인의 수사 촉구는 박근혜 정권이 “진실”을 숨겼다고 덧씌우기 위한 얕은 수사(修辭)였다. 동시에 자신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걸 부각키 위한 정략적 발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임관혁 세월호 특별수사단장은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밝혔다. 9차례나 반복된 수사를 더 하라는 문재인의 압박은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라”는 강요와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 요인은 이준석 선장이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혼자 맨발로 도망친데 있었다. 그가 도망치지 않고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즉각 갑판 위로 탈출하라고 명령만 했어도 희생자는 크게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내방송은 배 안에서 동요치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는 당도한 해경 구조원들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졌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 선장에게 간접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했다.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2022년 10월29일의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때와 같이 민주당은 집권당과 대통령 공격의 호재로 삼았다. 민주당 측은 이태원 참사가 윤석열 정부 탓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했다. 민주당의 어느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젊은이들을 결코 골목길로 몰아넣지 않았다. 그들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제 발로 걸어 올라갔다. 그 밖에도 민주당 측은 유족들의 정부 늑장대응 책임 추궁도 선동한다.

지난 10월29일 ‘유가족과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왜곡하고 정쟁으로 물 타기를 한다”며 “무도한 정권에 저항하며 싸울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때 유족들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외쳐댔던 책임 추궁과 처벌 요구 및 투쟁 구호를 복창한 듯했다.

그러나 해경 간부들의 세월호 구조실패에 대한 대법원의 11.2 무죄 판결은 이태원 참사 또한 세월호처럼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민주당 측은 윤 정부가 “젊은이들을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은 제 발로 걸어 올라갔다. 유가족대책위 측은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게 없다”고 했다. 당연히 대응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법과 원칙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임관혁 특수단장의 말대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는 데서 신중해야 한다. 작년 11월3일 필자가 일요서울 칼럼 ‘이태원 참사 정쟁도구화와 희생양 사냥 말아야’에서 적시했듯이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처럼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쟁을 떠나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인 참사 원인 규명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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