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 판결 앞두고 ‘의장직 유지’… 유리한 변수 vs 자충수

박광순 의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다만 재판 중 반성문과 더불어 의회에 제출했던 의장직 '사임서'는 출근 첫날 철회했다. 사진은 경기도 시군의장협의회 참가 중인 박광순 의장. [성남시의회]
박광순 의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다만 재판 중 반성문과 더불어 의회에 제출했던 의장직 '사임서'는 출근 첫날 철회했다. 사진은 경기도 시군의장협의회 참가 중인 박광순 의장. [성남시의회]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시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죄로 법정 구속됐던 박광순 성남시의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앞서 1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던 박 의장은 2심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문까지 제출했다. 진정성을 호소하며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사임서까지 제출했던 박 의장. 그가 시의회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퇴 의사 ‘철회’였다.

2심서 뇌물공여죄 인정… 반성문 제출 및 의장직 ‘사임서’ 제출
집행유예 받고 나서 출근 첫날… 사임서 ‘철회’ 및 의장 복귀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김경진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던 박광순 성남시의장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판결확정 일부터 2년간 이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박 의장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시의회로 복귀하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박 의장에 대해) 직무 집행의 공정성과 청렴성,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점에서는 죄책이 무겁다”라면서도 “(피고의 죄는) 제공한 뇌물액수가 그리 크지 않고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리고 유사 사례에 있어서의 양형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은 조금 무거워보여서 조절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박 의장은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다만 항소심이 진행되던 과정 중에 죄를 인정하면서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한 재판부에 자신의 반성 의지를 전하기 위해 뇌물 공여의 원인이 됐던 의장직에 대한 사임서를 성남시의회로 제출한 바 있다.

특히 2심이 진행되는 동안 박 의장은 세 차례나 법무대리인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죄를 주장해왔던 박 의장이었지만, 법무대리인을 변경하면서 입장을 바꿔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세로 전환했다.

집행유예 박광순 의장, 출근 첫날 ‘사임서’ 철회

박 의장은 2심 신고가 내려진 이튿날부터 의회에 정상 출근했다. 진심으로 반성한다던 그의 진정성을 지켜보던 성남시 주민들과 언론의 관심은 그의 의장직 유지 여부에 있었다. 이런 여론의 이목도 무색하게 그는 의회 출근 첫날 의장직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1심 재판정에서 구속됐던 박 의장이 2심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의장직 사퇴였다.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의장직뿐 아니라 의원직마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그럼에도 뇌물공여까지 해서라도 의장직을 성취하려던 그였으니 의장직 사임은 묘수였던 셈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고 이례적으로 현역 시의장이 법정 구속되는 기록을 남긴 그의 1심 재판 등에 비춰볼 때 항소를 통해 그가 풀려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반성문 제출과 함께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 그의 작전은 제대로 통했다. 2심 재판부는 그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무겁게 질책하면서도 뇌물액수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2년 간 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가 3심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의원직은 유지하더라도 의장직에 복귀할 지는 아무도 전망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의장직 복귀가 간절할지언정 여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다, 3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출근한 그는 의회를 찾아 재판 도중 제출했던 사임서를 철회했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박 의장은 지난 11월9일부터 정상 출근했다”라면서 “출근 당일 사임의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박 의장의 사임서가 의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수 개월간 시의회가 파행 상태였기에 사임서를 수리할 수도 없었고, 그에 대한 논의를 하지도 못했다”고 답했다.

성남시와 의회 일각에서는 박 의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의장 재(再)선출을 위한 선거 등이 치러질 것으로 점치고 있었다. 성남시에 따르면 당장 올해가 가기 전에 심의해야 할 사안이 밀려있다. 이와 관련 박 의장 구속이 유지되거나 풀려나더라도 (사임서 제출 등에 의해) 재선거로 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박광순, 반성과 의장직 사임… 재판부 보여주기 위한 쇼였나

결국 박 의장의 석방, 무엇보다 그의 의장직 복귀는 성남시의회를 둘러싼 여론의 예측을 벗어났다. 하지만 오히려 박 의장이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밀려있는 내년도 예산과 추경 등에 대한 심의에 속전속결 나설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그의 시의회 복귀를 지지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던 인물들에 대한 여론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박 의장은 당시 당론으로 정한 의장 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당의 결정을 무시한 채 출마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에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협의회와 국민의힘 중앙당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구속됐던 지난 3개월간 그의 선처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이들 중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과 복수의 민주당 소속 성남시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정용한 성남시의회 국민의힘협의회 대표 의원은 지난 10월12일 “제9대 성남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불협화음으로 민주당 의원들과 결탁해 의장을 선출했다”라면서 “의장은 지난 10월11일 항소심에서 (뇌물공여)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의장직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러나 당론을 어긴 몇몇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앞장서 시민사회단체장들과 시의원들에게 탄원서를 받고 있는 현실까지 처했다”라면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성남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또 국민의힘 소속 한 성남시의원은 “박 의장이 의장직을 유지한 채, 의회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의해 시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것을 재판부에 증명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던 반성문과 철회한 의장직 사임서는 결국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한 보여주기였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의장직에 복귀한 박 의장에게는 의원직 상실 여부를 다투게 될 3심 대법원 판결이 가장 중요하다. 구속된 그를 풀어준 2심 재판부와 유사한 집행유예 등의 판결이 나오면 박 의장은 최종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박광순 의장의 사임 철회 이후 열릴 예정인 성남시의회가 그간의 파행을 넘어 정상적인 심의를 진행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환 기자]
박광순 의장의 사임 철회 이후 열릴 예정인 성남시의회가 그간의 파행을 넘어 정상적인 심의를 진행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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