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출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A 씨는 저 멀리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의 간판이 보였다. 기쁜 마음에 휴대전화를 들어 친구 가게의 간판을 촬영했다. ‘찰칵’ 카메라 소리와 동시에 A 씨의 앞에서 올라가던 B 씨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방금 저 찍었죠? 불법촬영으로 고소할 거에요” A 씨는 당황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에 당당했다. 하지만, 금세 방금 촬영한 사진에 B 씨의 뒷모습이 담겼다는 사실, 앨범에 친구에게 받은 성인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 그 외 여자친구와 촬영한 사진들도 모두 걱정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난 이후 사람들은 카메라를 항상 손에 쥐고 다닌다. 그때부터 카메라를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범죄가 급증했다. 흔히 말하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그러하다.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녀야만 했던 시절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일이다.

이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법촬영’이란 무엇일까.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통상 불법촬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규정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말한다. 죄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다. 우선, 조문부터 살펴보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조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단순히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촬영한다고 처벌받지는 않는다.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야 하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야 한다. 의사에 반한다는 말은 쉽게 알 수 있으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란 어떤 뜻일까. 일견 특정 부위를 말하기 때문에 명확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몸에 딱 붙는 레깅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의 허벅지는 어떤가. 짧은 하의를 입은 사람의 다리는 어떤가.

법원은 이에 대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등 참조). 결국, 단순히 어떤 부위를 촬영한 지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유사한 구도와 유사한 노출의 정도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개별적 상황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돌아와 A 씨는 결백을 어떻게 주장해야 할까. 친구 가게의 간판을 촬영하고자 했다는 촬영의 의도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 사진에 B 씨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중요하다. 초점이 얼마나 맞았고, 어떤 부위가 촬영되었으며, 어떤 각도로 촬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B 씨가 입고 있던 복장도 중요하다. B 씨의 옷차림이나 노출의 정도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찍혔다는 점도 주장해야 한다.

실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판단한 사례들을 예시로 든다면 결백을 입증하기 더욱 쉬울 것이다. A 씨의 상황과 사진에 맞게 구체적으로 잘 주장하지 못한다면, A 씨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높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A 씨가 촬영한 사진 속 B 씨가 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게 불법촬영이 아니지 않은 한, A 씨는 경찰 조사를 피할 순 없다. 만약, A 씨가 도착한 경찰에게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디지털 포렌식 절차다. <②편에서 계속>

< 조민성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소송 및 행정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인천지방검찰청 세월호 국가소송 전담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인천지구심 간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공익법무관 ▲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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