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 위원장, '양반·사대부' 독점정치 총알받이, 꼭두각시...'가짜 혁신‘

- 중진퇴출, 공천물갈이 자리, '윤석열 키드' '김기현 측근' 채우면 선거 이기나
- 대통령과 여권실세 '공천기득권' 해체, 국민 대표선출권 회복 진짜 혁신


세종은 한글이 만들 새로운 세상을 말한다. "백성이 힘을 가지고 권력을 나누게 되는 새로운 균형, 새로운 질서, 새로운 조화다. 나의 글자가 새로운 세상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정기준은 지옥이라고 반박한다. "백성의 들끓는 거대한 욕망...그 욕망들이 모두 한꺼번에 풀어지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세종은 백성의 미래를 희망한다. "백성이 글을 알면 읽고 쓰고..그들의 욕망은 결국 정치를 향하고 국가의 정책에 관여하고 나아가서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려 들 것이다."

정기준은 사대부의 역할을 말한다. "저들에겐 희망이 없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건 저 무지몽매하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군중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몇몇이다."

정말 연기에 진심인 최고의 연기파 배우 한석규(세종)와 윤제문(정기준)이 주연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중 세종과 사대부를 대표하는 정기준이 '한글과 백성'을 놓고 벌인 논쟁이다.

역사 '한글'을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이고 창작이지만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장태유, 신경수 PD의 역사와 시대정신을 통찰하는 예술혼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10년도 더 지난 작품을 다시 열어보는 이유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이 답답해서다. 인 위원장의 혁신 방향이 여전히 조선, 한국 정치가 '무지몽매한 백성과 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몇몇 양반과 사대부의 기득권 정치에서 한 발도 못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우유, 그냥 마실래? 맞고 마실래?"라며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다 호응이 없자 위원장직 사퇴-혁신위회 해산을 흘리며 으름장을 놨다.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간접 메시지 운운하며 '윤심'까지 동원한다. 혁신위 조기 종료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여권 지도부를 향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최후의 통첩이다.

인 위원장은 또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의무화를 제안했다. '청년 공개경쟁 특별지역구'도 제안했다. 국민의힘 우세 지역 중에서 일정 지역구를 45세 미만의 청년들만 경쟁할 수 있는 청년 공개경쟁 특별지역구로 선정해서 운영하자는 것이다.

석패율제 도입도 건의했다.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해 중복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것이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민 지지율이 높지 않은 이유가 윤핵관 때문인가, 청년·여성에게 더 많은 공천을 주지 않아서 그런가. 윤핵관과 4선 이상 의원들을 물갈이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나.

MZ세대들에게 '청년 할당제·중진물갈이'와 대통령과 중앙당 지도부의 '공천권 포기' 중 어느 것이 더 감동적일까. 청년을 할당하고 중진을 물갈이해서 그 자리에 '윤석열키드' '김기현측근'들이 차지한다면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공천을 노리는 폴리페서(교수빙자 정치꾼)들과 실세가신들은 인재영입과 낙하산, 물갈이 공천만이 의회를, 정치를 젊고 생산성 있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임승차인 비례대표도 없고 오픈프라이머리 등 민주적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는 미국 의회는 더 젊어지고 더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간선거로 구성된 미국 연방의회 의원 535(상원 100, 하원 435) 가운데 320(59.8%)이 기업에서 일했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비즈니스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새로 당선된 연방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이전 회기(50.6)보다 낮은 47.8세다. 그만큼 의회가 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매경경제 1112일자)

MZ세대를 포함해 국민이 지향하는 시대정신은 공정과 정의다.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은 조국 사태로 일컬어지는 내로남불 불공정·부정의에 대한 분노였다. 20, 21대 총선도 세대교체, 물갈이를 내세운 불공정·부정의 공천파동이 문제였다.

지금 인 위원장의 '혁신'은 국민을 '가재·붕어·개구리' 취급하는 정치권 실세들을 위한 '기득권 지키기' '가짜 혁신'에 불과하다. 아마 인 위원장은 국민과 정치 선진화를 위한 혁신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13척의 배로 수백 배의 일본군에 맞선 절박한 이순신 장군 같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량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내세워 지식과 금권으로 무장한 '양반·사대부'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영구화, 공고화를 위한 백색테러·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몇 중진 의원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 중앙당 실세들의 '공천 기득권'을 해체, 국민에게 돌려주는 진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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