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그럼 두 개의 장부가 똑같은지는 확인을 하시나요?”
“예. 그건 제가 합니다. 지금껏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보름마다 한 번씩 하지요.”
강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곳을 나왔다.

“그래, 그건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야.”
그는 혼자 중얼댔다. 장 이사는 장부에 따르면 7월 15일에 마지막으로 들어갔었다. 범인은 그 이후에 주사기를 설치한 것이다.
추 경감은 자재부의 일을 검토하고 사장실에 와 있었다. 이이사도 와 있었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이 이사?”

강 형사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변 사장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강 형사가 물었다.
“주사기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네.”
추 경감이 대꾸했다.
“글쎄, 이이사가 그러는데, 자신의 별장에서 나온 주사기 케이스는 자신이 도난당한 거라고 그러는군요.”

변 사장이 급히 말을 했다. 강형사는 의아한 눈길로 이 이사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장 이사를 죽인 도구로 이용된 주사기가 그 주사기 케이스의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혹시 저를 의심할까봐 얘기하는 겁니다. 그 주사기 케이스는 별장에 가기 전날에 분실했던 거예요.”
“잠깐만. 분실하신 겁니까, 도난당하신 겁니까? 확실히 해주시지요.”
추 경감이 말을 끊었다.

“도난당한 거지요. 그건 확실히 제 책상 서랍에 있었지요.”
“그 주사기 케이스에는 주사기가 있었습니까?”
“예, 두 개가 있었어요.”
“그걸 왜 갖고 계셨지요?”
이번에는 강 형사가 끼여들었다.
“그건......”

이 이사는 크게 당황해했다.
“전...... 그런 것까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예. 좋습니다.”
추 경감이 다시 나섰다.
“공개적으로 말씀하시기 곤란하신 모양이니 따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추 경감은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도난된 시간을 아십니까?”

“예, 퇴근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7시 이후지요.”
“용의가 있는 사람은......아니 기회가 닿는 사람은 누구지요?”
“글쎄요?”
이 이사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한 꺼풀 뒤로는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미스 구는 어떻습니까?”
강 형사가 물었다.

“미스 구는 내가 퇴근하기 전에 퇴근을 했어요. 한 20분쯤 전이었을까요?”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되돌아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위가 그러는데 그때 나가고 돌아오진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럼 방을 안 잠그고 나오신 건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 점만큼은 확실하지요. 제 업무가 업무이니만큼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 이사는 딱 부러지게 말했다.
“그럼 누가 이 이사님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전들 알 수가 있나요?”

이 이사는 변사장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변 사장의 낯 색이 확 변했다.
“이 이사, 지금 날 쳐다본 이유는 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장님도 잘 알듯이.”
이 이사의 말은 대단히 묘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었다. 변 사장은 그 말에 더욱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뭐요? 지금 내가 들어가기라도 했다는 투구려. 그래, 내가 열쇠들은 갖고 있소만 그까짓 거야 누구라도 복사할 수 있어. 구연희가 할 수도 있고 총무부의 비상 열쇠에서 뽑아서 할 수도 있는 거라구.”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