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제주와 세종’ 1년 시행 결과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환경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환경부]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정부가 식당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카페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 비닐봉지 등 환경문제를 이유로 규제가 예고됐던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제주와 세종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해오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동력을 잃게 됐다. 카페의 참여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완화되면서 동참할 매장은 줄어들 전망이다. 

제주 및 세종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 시행 결과…전국 확대 가능할까
환경문제 역행? 일회용 종이컵 및 편의점 비닐봉투 규제 무기한 연기 

지난해 12월2일 정부는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컵의 회수율을 늘리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일회용 컵의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다회용 컵의 사용을 늘려 일회용 컵의 사용률을 낮추는 것이 최종 목적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했던 일회용컵의 반납을 요구하는 보증금제도는 소비자와 카페 양쪽 모두가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당시 세종 청사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취재진에게 “우리 같은 소규모 카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라면서 “한 명이 매장을 꾸려가고 있는데 언제 (보증금 반환 등을 위해) 라벨을 표기하고 반납하러 오는 손님 컵을 일일이 챙겨서 확인할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그렇다고 다회용컵 사용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매장용 다회용컵은 고객들이 사용 후 내놓으면 직원이 세척하고 건조해서 다시 사용해야 하지만 대부분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1~2인의 직원이 근무하기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중형 이상의 커피 가맹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보증금제 도입을 우선은 따르고 있었지만, 대응은 가지각색이었다. 해당 매장에서 구매한 음료컵만 가능한 곳도 있었고, 다른 매장의 컵을 받아준다는 곳도 있었다. 또 보증금 환급을 위해서는 고객들이 사용했던 컵을 세척해서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시행 1년 그 성과는?

그로부터 거의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환경부의 모니터링 결과가 궁금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동아일보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 철회’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의무화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에 무리가 있어 제주 등 지자체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율적 시행이라면, 사실상 제도 확대의 불가능을 언급한 셈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버려지는 일회용컵을 회수해 재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시행됐다. 지난해 6월 전국적인 시행을 예고했으나, 지방선거를 전후해 6개월 시행 유예가 됐다. 12월이 되자 소비자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환경부는 세종과 제주지역에서 우선 시행토록 했다. 

이와 관련 대표적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지난 10월31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 지 1주년이 된다. 선도지역 중 제주도에서는 일회용컵 반환율이 70%를 넘어섰고, 반환된 컵의 재활용률도 92%로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라면서 “보증금제 시행 이후 제주에서는 텀블러 등 다회용컵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보증금제 도입에 나서는 점은 지자체도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라며 “환경부는 정책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의 효용성을 증명하며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환경부가 중심을 잡는 일”이라며 “한화진 장관이 직접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대로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화진 “보증금제 포기 안 해” 전국 확대 가능성은?

지난 10월11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포기한 바 없다”라면서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긴다고 밝힌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의 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개선하려고 추진 중이다”라면서 “현행법에 따라 선도 지역(제주 및 세종)에서 진행 중인 것은 계속해서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적인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그간의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제도의 개선 방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17일 취재진에게 “지난해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한 보증금제 도입 관련 통계를 보면 나름의 성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최대 회수율은 70~80%까지 이르렀다”고 답했다. 

문제는 통계로 얻어낸 반환율이 보증금대상사업자만을 상대했다는 데 있다. 제주의 경우 전체 카페가 3000여 곳에 이르지만 이 중 보증금대상사업자에 해당되는 매장은 500여 곳으로 전체의 6분의1 수준이다. 영세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카페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즉 전국적인 보증금제 도입 확대가 아닌, 현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 제주와 세종에 있는 카페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는 것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의 경우 50%에 이르지 못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내려진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데다 청사 주변의 카페 가운데도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동참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시범지역인 세종시에서의 전면적인 확대 역시 보장할 수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플라스틱빨대 사용금지 규제를 미루고 식당에서의 종이컵과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규제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회수율을 늘려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함께 일회용 사용 줄이기를 외쳤던 환경부. 국민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일회용품 사용과 함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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