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끝내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검토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와 보험사 M&A(인수·합병)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상인저축은행의 몸값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조회 공시를 통해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상인도 이날 우리금융 피인수 검토설에 대한 조회 공시에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주식처분 명령을 이행하고자 우리금융에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변하며 거래가 결렬됐음을 선언했다.

- 인수 포기..."가격 격차 커"

그동안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을 고려해 인수 비용이 최대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지만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200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보수적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잠정 중단과 별개로 비은행 인수·합병(M&A)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금융 측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저축은행, 증권, 보험사 중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인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상상인그룹은 이번 우리금융의 행보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이 자의적으로 인수를 선언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일 뿐 실제로는 가격 협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상상인 관계자는 "우리금융 측에서 단 한번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적도 없다"면서 "매각설이 불거질 당시부터 현재까지 2곳의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 그 어떠한 결정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상인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됐다.

현재 두 저축은행은 상상인이 지분 100%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금융위원회가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상상인은 내년 4월까지 지분 10%를 제외한 9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간 내 지분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만 하루 최대 1891만원씩 부과될 수 있다. 3개월이면 이행강제금만 약 1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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