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결심 굳히는 韓, 지역구가 관건...‘이재명 대항마’ 자처 元, 비대위 차출설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한동훈 법무장관과 원희룡 국토장관.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양대 축을 이루는 ‘스타급 장관’으로 유명세를 타며 여권 총선 기대주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꾸준히 지명되는 인사들이다. 현 정부의 국정기조를 잘 담아낸 행정역량을 선보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데다, 검사‧서울대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까지 두고 있다. 그런 그들이 22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 ‘총선 역할론’의 중심에 섰다. 여당과 정부로선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야당에 쏠려있는 국회 의석수를 여당 우위로 재편하며 국정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절실함이 크다. 총선시계가 빨라질수록 두 장관에 대한 여권의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내각 투톱’의 총선 출마론과 여당 선거조직 리더십 차출론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한동훈‧원희룡 활용법’을 놓고 다양한 셈법이 도출된다.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 인물론 부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전체 지역구의 40%가량을 차지하는 119석 수도권의 경우 여당이 역대 총선에서 약세를 이어온 터라, 극복 대상이라는 인식이 깊다. 게다가 여당 인적자원 대부분이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수도권이라는 거대 사각지대를 메울 만한 인물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총선 리스크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여권은 선거 시일이 임박함에 따라 현 정권에서 활동이 두드러진 두 스타장관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전방 투톱 공격수이자 여당의 ‘수도권 난제’를 풀어낼 키로 지명되면서, 총선 출마 등 역할론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 밖에 차관급이지만 두 장관에 못지 않은 주목도를 가져가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동훈‧원희룡 장관은 현 정권의 ‘1기 국정자원’으로서 존재감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 장관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재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정책 빗장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거대 담론을 제시했고, 원 장관은 이른바 ‘4고(고금리‧고물가‧고부채‧고환율) 리스크’로 불황이 깊은 부동산‧건설 시장 안정화에 골몰하며 당정의 SOC(사회간접자본) 정책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여러 쟁점현안을 놓고 야당과 충돌을 피하지 않고 정면 응시하는 ‘할 말은 하는 장관’으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야당도 이들 장관의 ‘총선 영향력’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한 장관에 대해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일 비판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총선 출마 등 정계 진출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與 ‘한동훈 활용법’ 고차방정식...‘TK 저격 출마설’도   

한 장관은 그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메시지만 냈을 뿐,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최근 용산 대통령실의 내년 1월 ‘원포인트 개각설’이 도는 가운데, 한 장관은 최근 TK(대구‧경북)를 시작으로 대전, 울산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장관 스스로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취재진에게 “개각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며 윤 대통령의 개각 의지에 달렸다는 취지의 말을 건네며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적극 부정하진 않았다. 이는 여의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라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특히 용산발 개각설이 파다한 현 시점에 한 장관이 대구 일정을 소화한 데 대해선 대구향(向) 비윤(비윤석열) 신당 창당 가능성과 이준석 전 대표의 대구 출마를 견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른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오른팔’ 이미지가 강한 그가 TK에 출마할 경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표심 균열이 감지되고 있는 TK‧PK 등 영남권 민심을 다잡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장관의 의중과 별개로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서초, TK 출마설을 비롯해 수도권 험지이자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중구 출마설, 비례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당 차원에서도 스타 장관들의 총선 출마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출마 지역구야 속단하긴 이르지만 (당) 지도부가 빅텐트 구상을 가져가고 있는 만큼, 이왕이면 강남‧서초보다는 종로와 같은 험지로 출마해 우리 당의 부족분을 채워주는 것이 좋지 않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한 장관과 원 장관을 향해 “결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적극 ‘총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만 여권 한켠에선 정치 커리어가 전무한 한 장관이 지역구로 직행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비례대표를 노리며 여당 총선을 후면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여권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한 한 장관의 기대역할이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평이다. 

결국 한 장관의 향후 거취는 윤심(尹心, 윤 대통령의 의중)과 한 장관 본인의 정치적 판단에 달렸다는 평가다. 정가와 관가에선 일찌감치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도 돌았다. 하지만 내년 총선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최측근인 한 장관을 총선 카드로 앞세우며 변수 창출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원희룡 국토장관 [뉴시스]
원희룡 국토장관 [뉴시스]

원희룡, 印혁신위 요구에 화답하며 총선 역할론 정면돌파

원희룡 국토장관 또한 최근 스스로 수도권 험지 개척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선 만큼, 다가오는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초 여의도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잔존한 상황에서 12월 조기 탈관(脫官)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1일까지 공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원 장관은 지난 11월 21일 국회에서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가 띄운 ‘중진 희생론’에 화답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대장동 1타 강사’ 수식어가 붙은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항마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대표의 지역구이자 여당 험지인 인천 계양을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선 국회의원, 37‧38대 제주지사, 윤석열 정부 1기 국토장관 등 굵직한 커리어를 지닌 그가 출사표를 던지며 제1야당 대표이자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대치구도를 형성하는 것 만으로도 표류 중인 당내 험지 출마론에 불씨를 당기며 선거 흥행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여당 안팎에선 원 장관이 복당하면 국민의힘의 총선 감독 격인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분출한다. 만약 김기현 지도부가 퇴진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경우 또한 원 장관이 당 비상시국을 수습할 총책으로 전면 발탁될 가능성도 적잖다는 게 여당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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