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선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장관과 이 전 대표 간 보이지 않은 신경전도 있다. 한 장관이 대구, 대전 등 전국을 다니며 광폭 행보를 보이자, 이 전 대표도 대구를 또다시 방문하며 보수의 적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넘어 대선으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포스트 윤석열 경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친윤, 이 전 대표는 비윤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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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구 방문에 이준석 대구행...텃밭 챙기기
- 총선 승리 주도권 잡기속 여권 조기 대권 경쟁?

여권에서는 이준석 신당야권 연대변수가 여당의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잠잠했던 한동훈 차출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당초 한 장관의 총선 차출론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용산 내 기류였지만 여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 장관의 차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한 장관이 사임할 경우 후임으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과 길태기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가 검토되고 있다.

윤핵관보다 윤심, 파악하는 한동훈

여권 내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안다“12월 개각 명단에 한 장관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 당시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의견은 많을 수 있다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후 시민들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느라 미리 예약한 오후 7시 기차표를 취소하곤 3시간이나 뒤늦은 시각의 기차를 탔다.

대전에는 지지자들이 꽃다발, 손팻말을 준비해서 한 장관을 맞이했으며, 이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본인의 화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평가에 대해 여의도에서 300(국회의원)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나머지 5천만 명(국민)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소통 행보하는 해석과 함께 포스트 윤석열자리를 꿰차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윤핵관보다 더 윤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초기부터 한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낙점했다. 그가 실제로 총선에 나설 경우 친윤계 대표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한 장관을 두고 다양한 총선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우선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상징성 있는 서울 종로 등 전략 지역에 한 장관을 출마시켜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장관 특유의 대야 투쟁 능력을 활용해 민주당에서도 선명성이 강한 정청래 의원과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에 한 장관을 공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외에도 비례대표 순번에 배치해 지역 선거 부담을 덜고 전국 선거를 지휘하게 한다는 구상과 함께 대구에 출마해 이준석 신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대구시민과 사진찍는 한장관. 뉴시스
대구시민과 사진찍는 한장관. 뉴시스

여권 내에서는 한동훈-이준석 연대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한 장관과 이 전 대표가 손을 잡아야 경합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에 수도권 출마 예정자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한 장관은 20대 여성과 전통 보수층의 지지가 강하고, 이 전 대표는 2030 남성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둘의 연대가 확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권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어렵겠지만, 한 장관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당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한 장관 입장에서는 이준석 포용만한 좋은 그림이 없다. 이 전 대표도 아직 당에 미련이 있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그간 윤 대통령을 비판해온 이 전 대표와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많아 한동훈-이준석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많다.

신당 성공 여부 따라 이준석 대권좌우

한 장관의 이 같은 행보에 당내 대척점에 있는 비윤계이준석 전 대표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성공 여부에 따라 포스트 윤석열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당이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 여정에서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 올해 38세인 이 전 대표는 21대 대선을 치르는 2027년에는 헌법 제67조에 따른 대통령 연령 제한(선거일 현재 40)도 충족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우선 신당 창당을 앞두고 세를 모으고 있다. 당내 반윤인사들은 물론, 민주당 이탈 및 제3지대 세력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신당의 형태가 빅텐트가 될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지만 합류 여부는 미지수다.

이준석 신당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10%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아직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이 10%이상인 것에 대해 고무적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힘을 합쳐도 국민의힘 후보를 꺾기 쉽지 않다는 점은 큰 숙제다.

이런 가운데 한 장관의 등장으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한 장관의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은 것이다.

이에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을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저는 박근혜 키즈로 시작해 지금은 그걸 넘어섰다며 한 장관에 대해 윤석열 키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관이 개혁적인 방향으로 가면 동지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가능성이 지금은 높지 않다정치에 입문하면 지뢰가 많을 텐데, 그 밭을 건너온 뒤부터 진짜 정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장관은 미래의 동지보다는 경쟁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준석-천하용인 한동훈 견제 본격화

기자회견중인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기자회견중인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실제 한 장관이 대구 행보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의식해 이 전 대표는 26일 대구를 방문한다.그러면서 대구 방문 때 모든 이들과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구일정에 최측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동행하는 것을 알리며 참석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여러분의 다양한 고민을 함께 담아내고자 한다. 시간이 되는대로 현장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할 계획이며, 희망하시는 모든 분은 행사 전후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주변에 같이 오시고 싶은 분들은 누구나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 한동훈 장관이 할 수 있는 이벤트의 성격이 대정부 질문 나가서 쏘아붙이거나 아니면 어디 가서 지지자들이 꽃다발 들고 오든가 두 가지 정도의 그림밖에 안 나온다실제로 대구 방문했을 때보다 대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도가 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한 장관을 견제하며 여권 내에서 한동훈-이준석을 같은 체급으로 올려놓기 위한 견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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