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vs 안정" 속사정 다른 그룹들, 연말 인사 기조도 제각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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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개의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이번 인사 기조에도 먹구름이 잔뜩 낀 형상이다. 쇄신의 폭을 넓혀 과감한 인사를 진행할 기업도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혁신보다는 안정을 취하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신바람' 끝나고 '찬바람' 걱정…임원 인사·조직개편 촉각
- 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세대교체 주목


주요 그룹들이 인사 준비에 착수했다. 오는 12월 초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앞둔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다.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부문들의 '쇄신'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경기 부진 속 '쇄신' 또는 '안정' 이뤄지나

재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 연말 정기 인사의 핵심은 한종희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 유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기존 경영진을 전원 교체하며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삼성 안팎에서는 한 부회장이 겸임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의 역할이 다시 나눠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리가 모바일·가전·반도체 3인 체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는 삼성 첫 여성 사장이 나온 만큼 올해도 여성 인재 관련 깜짝 인사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지난해 승진으로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삼성 내 여성 사장은 이재용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기업 안팎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SK그룹은 다음 달 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생존·변화를 강조했다. SK그룹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인사 폭과 관련해선 '안정'에 무게가 쏠린다.

재계의 관심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거취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들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SK는 젊은 피 수혈도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최근 김도균 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49)와 안건 전 한온시스템 상무(46)를 영입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보다 '안정 속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계열사 두 곳의 사장만 교체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이규석 부사장과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서강현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 인사하고,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이규석 사장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서강현 사장을 선임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신임 사장은 팬데믹 및 국제정세 불안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등 그룹 내 구매 분야 최고 전문가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중요 전략 자재를 적시에 확보함으로써 완성차 및 차량 부품의 생산 운영 최적화로 그룹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사장은 차량 SCM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 등 ‘뉴 모비스’ 비전 아래 현대모비스가 추진 중인 신사업 전략 수립 및 실행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사장은 현대차 CFO 재임 기간에 회사가 매출•영업이익 등에서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괄목할 경영 성과를 거둔 그룹 내 대표적 재무 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서강현 사장은 재무구조 안정화 및 수익성 관리 등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현대차의 기획 부문도 겸임하면서 회사의 중장기 방향 수립 및 미래 관점의 투자 확대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앞서 서강현 사장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함께 향후 신규 수요 발굴 및 제품 개발을 통한 수익성 확보 등 사업 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며 “금번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내달 정기 임원 인사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리더 육성 및 발탁 등 과감한 인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포함되지 않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이목이 쏠린다.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시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됐던 부회장 승진설은 일축됐다.

LG그룹은 지난 23일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구광모호의 세대교체 신호탄을 쌌다. 그룹 내 ‘이인자’로 통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회사에 몸담은 지 44년 만이다. LG가(家)와 인연이 깊은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사장)도 함께 물러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예상 밖의 강도 높은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 전반에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동명 자동차용 전지사업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내용의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안을 결의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CEO를 맡게 됐다. 김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LG그룹의 세대교체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은 이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명만 남게 됐다. 신 부회장은 유임이 확정됐다. 권 부회장도 유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추가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 오너 3세 경영도 확대…. 황태자는 누구

내년에는 오너 3세 경영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 말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롯데의 모태인 유통 군으로 이동해 경영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위기 대응을 위해 다수의 대표이사가 유임됐던 GS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대표이사 교체가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나온다. 허윤홍 GS건설 CEO,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 오너가 4세의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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