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119표·한국 29표..재계 총수들 "한 단계 도약" 위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대한민국이 고배를 마셨다. 총회를 하루 앞두고 총수들이 민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막판 대역전극을 준비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다만 우리 기업들과 브랜드가 엑스포 유치 홍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뉴시스)

28일(현지시간) 세계박람회기구(BIE)는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총회를 열고 2030 세계엑스포 개최지 선정 1차 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는 119표를 받아 2030 엑스포 개최를 확정 지었다. 2위 부산은 29표, 3위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확보했다. 이날 투표에는 회원국 182개 중 165개국이 참여했다.

후발주자로 참여했던 대한민국은 당초 열세라는 평가에도 민관의 협력으로 승부에 나섰지만 사우디에 크게 밀리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재계 인사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빈 거리는 지구 495바퀴에 이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유치전이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그동안에 지원해 주신 것에 대해서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엑스포 유치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민관이 BIE 182개 회원국과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을 부각하면서 “우리의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얻었다”면서 “저희가 (이를) 더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재계…'아쉽지만, 한 단계 도약"

정부와 발을 맞춰 18개월 동안 '홍보맨'을 자처했던 재계는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그룹들은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만큼 큰 실망감을 토로했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 회장은 매달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것에 이어 3월에 일본과 중국, 5월에 미국, 6월에 프랑스와 베트남을 방문했고, 7월에는 태평양도서국을 돌며 유치전을 벌였다.

이 회장은 24일에는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 대표부 주최 국제박람회기구 대표를 교섭한 자리에서 부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엑스포 유치지원전담조직을 꾸릴 정도로 그동안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 주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주최 BIE대표단 초청 만찬에서의 건배사를 통해 "28일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정부의 약속에 힘을 싣기도 했다.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목발 투혼을 발휘하며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들이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 고위급 인사는 900여명이 넘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해 10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동안 '부산엑스포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신 회장은 대통령 경제사절단 활동 이후 파리에서 BIE 회원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부산 엑스포의 당위성 설파했다. 또한 부산 지역 행사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면서 부산 유치 홍보에 한 몫을 담당했다. 

5대 그룹 총수 뿐 아니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부산 엑스포 막판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한국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역전을 꾀했지만 사우디를 따돌리지 못했다.

- 경제단체 "후발주자로 최선…국민들께 감사"

경제단체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상의는 엑스포 개최지 확정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산시, 국회, 기업인 그리고 국민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비록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경제계, 국민 모두가 원팀이 돼 보여준 노력과 열정은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엑스포 유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큰 성과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우리나라는 엑스포 유치 후발주자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원팀으로 합심해왔다"며 "앞으로 경영계는 정부·기업·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유치활동에 전념한 값진 경험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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