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병립형 회귀·위성정당 창당' 시사에 깊어지는 野 내홍 

(왼쪽부터)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선거제 퇴행을 시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며 선거제 퇴행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22대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비명계(비이재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원칙없는 승리보다, 원칙있는 패배를 택하겠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이 대표를 직격했다. 

현재 민주당 내 화두는 선거제 개편 논의다. 지난 20대 국회는 승자독식 구조의 양당제를 강화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벗어나 '다당제'의 초석이자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 거대양당은 지역구·비례대표 간 의석수 보정 과정에서 의석수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여·야는 비례대표 후보만을 낸 '위성정당'을 창당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두 갈래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지한 채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여·야 지도부는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를 고려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다수의 위성정당 방지법은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병립형 비례대표제 아래서는 지역구·비례대표 간 의석수가 연동되지 않는 만큼 위성정당을 창당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이렇다 보니 이 의원은 '선거제 퇴행'이 유력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 불출마를 결정하며, 당 지도부의 선거제 개편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거제 퇴행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화답했다. 

이 대표는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 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 재창당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금 위성정당을 창당한다는 방침인 만큼 민주당도 맞불 창당으로 응수를 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며 "이건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수도 없다. 소탐대실의 길이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겨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어야 이기는 것"이라며 "'원칙없는 승리보다, 원칙있는 패배를 택하겠다'는 노무현의 말이 떠올랐다. 노무현의 길과, 이재명의 길, 어느 쪽이 지도자의 길인가"라고 물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 소속되어 있는 의원들이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다'라고 자꾸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의석을 헐어가지고 다른 소수 정당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라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게 자기모순 아닌가"라며 "그분들은 왜 그러면 민주당에 소속되어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하시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마친 직후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서 선거제 개편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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