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 바뀐 '미래전략실'보다 과거 '신사업추진단' 데자뷔라는 평가
- 사측 "삼성전자 사업에 국한된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하는 일만 한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27일 단행한 2024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급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단장에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던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선임됐다.

삼성 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신규 부회장 조직이 신설되면서 과거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조직명으로 유사한 기능을 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전략실은 2017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해체됐다. 아울러 ‘이재용 체제’의 변화를 주도할 신호탄일지 주목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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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따르면 '미래사업기획단'은 10년 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는 조직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 발굴’이 주요 목표다. 미래 유망 사업을 선정하고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제2의 반도체·바이오’를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추진단이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며 "기획단의 비전과 활동은 차차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먹거리 발굴 목표로 신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으로 과거 ‘포스트 권오현(전 삼성전자 회장)’으로 불렸던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선임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 대표이사 역임 후 이사회 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이번 미래사업기획단 신설은 취임 1년이 지난 이재용 회장의 본격적인 미래사업 투자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최근 진행된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에도 이 회장은 ‘미래 사업·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차세대 이동통신 등 기존 주력사업과 연관된 신사업이 아니라 ‘세상을 놀라게 할 삼성만의 신사업’을 발굴하자는 주문이다.

미래사업기획단 신설은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20조 원 투자, 미래기술사무국 신설 등 이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장단에게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사업기획단이 미전실보다는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신사업 발굴을 주도한 신사업추진단의 데자뷔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지시로 10년 뒤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신사업 발굴을 책임질 '신수종사업발굴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데 이어 신사업추진팀을 거쳐 2009년에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으로 거듭났다.

신사업추진단은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수장 김순택 부회장이 이끌면서 5대 신수종사업(태양광과 LED(발광다이오드),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추진을 맡았다. 2010년 이 선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50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중 자동차용 전지와 바이오 사업은 삼성을 떠받드는 두 기둥으로 자랐다.

- 과거 미전실 복원, 사실 아니야

한편, 삼성전자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조직명이지만 미래사업기획단과 미래전략실은 확실하게 다른 조직"이라며 '연관설'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이었고,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 사업에 국한된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하는 일만 한다”고 못 박았다.
 

[기사속의 기사] 골든타임 10년 중책 맡은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그는 누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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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한때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DS 부문장)의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권오현 전 회장을 비롯해 삼성 내부적으로도 두루 신뢰받던 기술 전문가다.

2017년 권 전 회장이 퇴임하면서 미래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 인물로 전 부회장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도 전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첫 단추로 끼웠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 "JY신뢰 얻고 신사업 추진"

전 부회장은 10여 년간 LG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 설계팀장, 개발실장을 거쳐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 전형적인 최고경영자(CEO) 코스를 밟아왔다.

삼성 반도체 내부에서도 LG 반도체 출신이 정통 CEO 절차를 밟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2017년 권오현 전 회장의 후임자로 김기남 부회장이 선택되면서 이후 전 부회장은 삼성SDI로 자리를 옮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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