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 회장 ‘삭발 투쟁’… “증원만 해답? 잘못된 의지”
복지부 “건강과 생명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 정당화 못 돼”

이필수 의협 회장 삭발. [뉴시스]
이필수 의협 회장 삭발.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정부와 의협이 필수의료 공백 해결책으로 대두된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진다. 정부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입장. 이에 전국 40개 의대에 증원 수요조사를 벌였고, 결과를 발표했다. 최대 6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정부, 이에 의료계는 반발에 나섰다. 총파업까지 시사하며 정부 입장에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어 “독단적 정책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단호히 의료계의 반대 근거에 정면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지난 11월29일 의료인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하지만 서로의 이견을 재확인했을 뿐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지난 11월21일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증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복지부 브리핑에 따르면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정원을 현재보다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늘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소 2151명 증원은 의대가 추가 투자를 받지 않아도 늘릴 수 있는 증원 규모이며, 2847명은 추가 투자를 받을 시 증원할 수 있는 규모다. 복지부는 각 의대의 희망 인원 수요를 바탕으로 현장 점검 등 추가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에는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희망 수요가 그대로 반영될 시 2006년 이후 동결된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이 2025학년도부터 최대 6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정부 발표 후폭풍, 의료계 ‘총파업?’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의료계는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며 거센 반발에 나섰다. 지난 11월22일에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의 항의 속에 개최 직후 파행됐다.

의료계는 총파업을 시사하며, 정부의 입장에 대응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1월26일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의 단독 행동이 이어질 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석회의에서는 이필수 의협 회장이 삭발을 감행했다. 이 회장은 “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하면서 각종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정부는 의사 인력 배분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 없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인프라 부재를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잘못된 의지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의료계가 단일대오로 적극 행동을 시작할 때다. 다음주 초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에 대응해 집단 진료거부를 단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1월28일에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면 의대협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임시총회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단호한 보건복지부 “저희가 나갈까요?”

정부와 의협의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날 의협의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대의를 위해 대화에 임하기로 했다”라며 “점점 붕괴되는 의료 시스템을 살리려면 의정 단합이 필수불가결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회의 당시 의협의 퇴장으로 협의체가 파행된 점을 언급하며 “협력은 상호 노력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의 총파업 언급을 두고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의 의대 정원 조사가 “비과학적이었다”라는 의협에 주장에도 반박했다. 정 정책관은 “정부의 조사를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만 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의협의 한편으로는 협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대 수요조사를 한다는 소리에 복지부 측은 “그럼 오늘은 저희가 나갈까요?”라고 말하는 등 팽팽하게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협, 총파업 시사 관련 “현재 확정된 바는 없다”

일요서울 취재진의 ‘의료계 총파업 관련 진행상황’ 관련 질의에 의협 관계자는 “현재 파업은 확정된 바 없으며, 비상대책위원회 인선만 의결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단기적인 필수의료 보상방안 마련과 중장기적인 보상체계 개선 등 다각적인 필수·지역의료 적정 보상정책을 지속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의대정원 논의의 원칙, 기준과 관련해서는 의사정원에 대한 과학적·객관적인 데이터를 각자 정리해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월29일 오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에서 지방의료원장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의료취약지 등 각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방의료원장들은 의사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면서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지방의료원의 의사인력 부족은 타 의료기관에 비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본연의 임무인 지역 필수 진료 기능을 수행하려면 충분한 정책적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정도의 의사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방의료원이 중장기적으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속에서 비전을 가지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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