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국회의원도 개딸 손으로 뽑겠다는 친명계 '야심' 
지구당 부활, 팬덤 정치의 해결책 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제 퇴행'까지 결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설적인 행보가 이어지는 중이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뜬금없이 당권의 향방을 가르는 대의원제 축소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당 안팎에서는 강성팬덤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권 문제를 거론하는 진의는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포석이란 지적도 나온다. 

총선 앞두고 화두에 오른 당권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8월 전당대회의 경선룰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당헌 25조에 따르면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25% 일반당원 5%다. 아울러 당규 45조에 따라 전당대회는 당대표 선거 1인 1표·최고위원 선거 1인 2표로 진행된다. 따라서 현재 민주당의 대의원은 1만5천여 명, 권리당원 245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의원의 1표는 권리당원 60표 이상의 가치인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당헌 25조를 개정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친 70%, 국민과 일반 당원을 합친 30%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로 조정하면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20대 1 미만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7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그간 친명계(친이재명계) 정치인들은 줄곧 '대의원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지난 8월경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권리당원 1인 1표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로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인1표제를 통해 대의원제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취지다. 최근 친명계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국민의힘은 이미 1인1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8월경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5년 영국 노동당은 (표의 등가성 문제로) 1인1표를 강화하고 대의원 제도를 없앴다. 그 결과 제러미 코빈이라는 강경 극좌 당수가 당선됐다"며 "그래서 1935년 이후 최대 참패를 당하고 풍비박산 났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 3월경 '100% 당원투표'의 경선룰에 따라 치러진 국민의힘의 전당대회가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원 100% 룰 아래 당 주류 일색의 강경파 지도부가 출범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와 관련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의 책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년 가는 정당', '100년 가는 정당'을 외치며 당원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 의도치 않게 민주당을 포퓰리즘 정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라며 "권력을 민주적으로 사용할 절제와 관용을 훈련받은 적 없는 당원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비극의 씨앗"이라고 평가했다. 

'위성정당 창당' 명분 된 전당원투표  

2022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들 [뉴시스]

강성팬덤이 주류인 권리당원 중심의 정치는 숫한 문제점을 낳았다.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과격한 피아식별 과정을 두고 '백색 테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개딸의 최근 관심사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다. 그간 이 의원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약속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상화를 위해 직을 걸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의원의 호소에 대해 "선거는 승부"라며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답을 남겼다. 

이 대표의 한마디에 이 의원은 졸지에 샌님으로 전락했다. 무도한 정권에 맞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총선을 앞두고 이상론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급기야 이 의원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으로 규정하는 여론도 증가했다. 선거제 개혁이란 주제로 이 대표를 압박하는 자기 정치가 아니냐는 비난이다.    

오직 민주당의 승리만을 중시하는 강성팬덤의 태도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4년 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시사하자 맞불 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두고 맹비난을 퍼부은 민주당은 명분이 없었다.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는 "꼼수를 비난하다가 그 꼼수에 대응하는 같은 꼼수를 쓴다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이 꺼내든 출구전략은 전당원투표였다. 당시 80만의 권리당원 중 투표에 참여한 24만 권리당원의 74.4%가 위성정당 창당을 찬성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공천을 강행하기 위해 다시금 전당원투표를 이용했다. 지난 2020년 11월경 민주당의 전당원투표에 참여한 권리당원의 86.84%가 재보선의 후보 공천에 찬성했다. 

위성정당 사태와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은 정당사의 수치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꼼수의 명분으로 권리당원의 뜻을 끌어들였다. 그 순간부터 민주당의 당원 중심주의는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민주당은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귄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안심번호 선거인단 100% 시스템에서 벗어나 권리당원 50%·안심번호 50%의 경선룰을 채택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을 45%에서 30%로 삭감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현재의 대의원제 개편보다 파격적인 당헌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8월경 민주당은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민주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시하는 당헌 조항 신설을 추진했다. 당시 개정안에 따르면 권리당원의 10%만 동의해도 총선 공천룰과 관련한 사안을 전당원투표에 부칠 수 있었다. 

그 뒤 당헌 개정은 '개딸이 공천룰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비판 속에 백지화된 바 있다. 하지만 친명계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 선출 직후 권리당원 전원투표와 관련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신속하게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당대회 내 대의원 영향력 약화는 지난해 실패한 전당대회 자체를 패싱하는 방향의 우회책으로 볼 수 있다. 대의원제를 둘러싼 표의 등가성 및 돈봉투 논란은 명분일 뿐 애초부터 방점은 민주당의 사당화라는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정당의 가장 약한 부분, 대의원제 
사당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1인 60표'의 괴리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괴리는 권리당원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문제다. 2008년경 2만 3천여 명 정도인 민주당의 권리당원 수는 15년간 106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대의원의 수는 20년간 1만여 명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최재성 전 의원은 지난 5월경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이 짜면 물을 부어야 된다"며 "당원이 많이 늘었으면 대의원의 숫자도 서너배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5월경 발행한 '만들어진 당원: 우리는 어떻게 1천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는 "한국의 정당 조직에서 가장 저발전된 영역이 대의원 제도"라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숫자로서의 당원은 많은 데 실제 대의원으로 나서는 당원은 거의 없는 현실이 지금의 우리 정당이다. 지역의 풀뿌리 기반에서부터 당원이 만들어지고 참여하고 성장하고 그 결과로 대의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정당이 된 것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풀뿌리 당원 참여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지구당을 법적으로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위 정당조직인 지구당은 지역 정치의 근간이라는 장점과 동시에 불법 정치자금의 원흉으로 지목된 양날의 검이다. 이렇다 보니 지구당은 2004년 한나라당이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폐지됐다. 

다만 정치권은 풀뿌리 정치의 부활이란 명목으로 꾸준히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는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구당 부활 및 지구당 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월경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강화는 팬덤정치를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이와 관련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1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조직을 되살려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소수 당원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미래연구원의 보고서는 "정당정치의 아웃사이더나 팬덤의 눈으로 볼 때, 정당은 쉬운 공략 대상이고 값싼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당 소속 의원들이 운영하는 국회나 지방의회를 포함하면 1조 원이 넘고, 대통령이 된다면 6백조 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주도할 수 있다"며 "권력에 야심이 있고, 혐오로든 아첨으로든 여론을 자극하고, 정당보다 자신을 추종하는 팬덤을 동원할 수만 있다면, 정당은 매입할 만한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1천만 당원을 보유한 규모에 비해 내실이 약한 국내 정당들은 '벌처펀드' 같은 야심가들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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