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과사전 ‘바이두’, 안중근·윤봉길·윤동주 등 역사왜곡 남발
서경덕 교수, “항의 끝에 조선족 표기는 지웠다”

안중근 의사 추모식. [뉴시스]
안중근 의사 추모식.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등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국적과 민족이 중국, 조선족으로 표시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이에 정부가 그동안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에 미온적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편 서경덕 교수 등 민간 차원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며 끝까지 항의할 것이라 의지를 보인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또한 민간과 협의해 오기 사항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 등에서 국적 ‘중국’으로 명시돼 있으며, ‘조선족’으로 표기돼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정부가 그동안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소속 해외문화홍보원(홍보원)은 우리나라의 문화, 지리 등에 대해 오류시정 활동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3년 전부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등 민간 차원에서 국적 오류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온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10월19일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문체부 소속 홍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바로알림단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안중근, 윤봉길, 윤동주 등 독립운동가들의 국적 표기 오류에 대해단 한 차례의 시정 요청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보원 5년간 중국 관련 매체에 총 247건 시정 요청

이 의원이 홍보원의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간 중국 관련 매체에 한국 문화 오류정정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247건의 시청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류정정까지 이뤄진 것은 95건(38.4%)에 불과했다.

시정 요청 세부사항으로는 ‘국회의원의 한문 명 오표기’, ‘문화체육관광부 오표기’, ‘한국관광공사 설립일 오류’ 등을 시정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오표기의 경우 요청이 이뤄졌지만, 정작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는 활동이 미온적인 상태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한문 명과 부처 이름, 설립일 오류까지 정정 요청하면서 우리 독립운동가들 국적에 대해서는 전혀 손쓰지 않고 있었던 점을 납득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도 이와 같이 납득할 수 있다는 여론이 다수다.

네티즌들은 “국회의원 이름이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국적보다 중요한 것이냐”, “이런 경우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등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보원은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 사례에 대해서도 총 8차례 시정 요청을 했지만, 실제 김치로 고쳐진 사례 역시 없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중국 비판에 나섰다. “중국의 역사 왜곡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나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중국의 왜곡된 역사인식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다롄의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과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윤동주 생가를 폐쇄한 바 있다. 중국 측은 내부 수리가 이유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월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 보전·관리에 대해 중국 측 협조를 요청했었다.

중국 바이두에 오기된 사항.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중국 바이두에 오기된 사항.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윤동주 시인 ‘조선족’ 표기 삭제 시켜

한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1월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두에서 윤동주 시인의 조선족 표기가 삭제된 사실을 전하며 “윤봉길 의사에 이어 안중근 의사, 윤동주 시인까지 바이두 백과사전이 민족을 ‘조선족’으로 왜곡한 것을 없앤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안중근 의사를 조선족으로 소개한 것은 지난 9월 대외적인 공론화를 통해 없었다”라며 “꾸준한항의와 공론화를 통해 윤동주와 관련된 ‘조선족’ 표기가 드디어 삭제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다”라며 “지속적인 항의와 공론화를 통해 반드시 국적을 한국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 교수는 “바이두에 소개된 많은 한국독립운동가의 국적과 민족에 대한 표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라며 “그 결과에 따라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바꿔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한국 홍보 전문가로서 바이두에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 대한민국 대표 독립운동가들이 조선족으로 표기된 사실을 알리며 지속해서 항의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8월에도 윤동주 시인을 두고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 투쟁에 참여한 ‘조선족 중국인 애국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서 교수는 “김치, 한복 등도 모자라 대한민국의 대표 독립운동가들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아무쪼록 중국 관영매체는 더 이상의 어이없는 여론 호도를 멈추라”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중국의 역사 왜곡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며 “대한민국의 대표 독립운동가들을 중국의 인물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 대처 중”

이 의원이 지적한 ‘해외문화홍보원의 독립운동가 대상 활동이 미온적인 상태’와 관련해서 홍보원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바이두 관련한 건은 외교부가 대응을 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홍보원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해외 언론, 정부 기관, 국가 일반 정보 오류 등을 위주로 하고 있고, 기관마다 역할이 조금씩 나눠져 있어, 현재 바이두 건은 외교부가 맡아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홍보원 활동과 관련 “오류시정 업무가 정부랑 민간이 협동하는 ‘오류시정 민간협력위원회’가 있고, 동해나 독도 관련 사항에 경우 해외 언론이나 정부 기관에 계속 시정 요청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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