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비명계(비이재명계) 이상민 무소속 의원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여·야는 이 의원의 탈당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란 지적을 두고 깊이 공감한다는 평가를 남긴 반면 민주당은 탈당은 곧 자기 부정이자 오직 국회의장 선출만을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은 비명계 의원들의 추가적인 탈당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입장문에서 "나는 오늘 자로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지만 한편 홀가분하다"며 "저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그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고 민심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바로 세우고 그 속에서 저의 정치적 꿈을 펼치고자 제 나름 최선을 다하여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 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되었고 , 내로남불과 위선적, 후안무치, 약속뒤집기, 방패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이제 저의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그리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하고 삽상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도부의 의사 표명은 없었으나, 당내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4일 YTN 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란 평가를 두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탈당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이라며 "탈당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그런 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잘하고 국민과 지역민의 신뢰를 받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그 내부에 정치적 함수 관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 의원이 탈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국 '국회의장'을 위해 당과 동지들을 팔고 갔다. 무운을 빕니다만 꿈은 깨시라"고 비판했으며,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그 어떤 논리로 얘기해도 이 의원의 탈당은 국회의원 자리를 연명하고,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닌가"라며 "정치에서 그 누구든 다수파가 될 수 있고 소수파가 될 수도 있다. 소수파가 됐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는 민주주의자의 태도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은 비명계 일각의 추가적인 탈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 의원의 탈당에는 선을 그은 가운데 12월 중순까지 당 지도부가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 회복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다 보니 원칙과 상식 측은 향후 민주당의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이 평소 소신과 철학을 지키려 노력했던 점에서 비추어 보건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것은 한솥밥을 먹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이다. 같은 당 소속이던 동지가 개딸들의 포로가 된 민주당, 숨 막히는 비민주적 정당 운영에 대한 솔직한 지적을 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가 탈당을 해야 할 정도로 내부가 곪아있다면 민주당 스스로도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는 완전히 다른 당이 되었다라는 이 의원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이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 설령 국민의힘에 오지 않더라도 정치 후배로서 응원하겠다라는 진심을 담아서 쓴 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의원이 국민의힘에 오면 대전과 충청권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탈당을 결정한 이 의원의 향후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1일 대전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만나 교감을 나눴다. 이에 이 의원의 국민의힘행이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이 의원은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무소속부터 국민의힘 입당, 또는 새로운 신당에 같이 참여하는 것 이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며 "또 민주당 내에서도 지금 소위 비명계, 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그런 민주당을 재건하려는 움직임까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제가 또 할 역할이 있다면 거기에 참여하면서 추후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