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법’... 기간제 근로자의 오남용 예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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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에서는 기간제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정해 기간제 근로자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계약 종료 불가
-‘촉탁직 재고용 여부 심사 기준·절차 미흡’ 

사용자가 기간제법 상 사유(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일시적 결원으로 복귀 시까지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55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소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게 되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상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 

하지만 기간제법 상 예외사유(고령자 등)에 해당하거나 2년 이내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 경우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부당한 근로계약 해지로 인정될 수 있고, 최근에는 이러한 법리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이번 주에는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한 경우 정년퇴직 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는 경우, 소위 ‘촉탁직’으로 재고용될 수 있는 기대권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봤다.

해당 판결은 정년퇴직하게 된 기간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기간제 근로자(소위 ‘촉탁직’)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갖는다고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판시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는 정년 이전에 기간제 근로자였다 하더라도 정년 후 기간제(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이를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년4월13일 선고 2022누50108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정년 연장 요구 권리 행사 어렵다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해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년을 이유로 퇴직하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근로자(1960년 7월생)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이 사건 요양시설을 설치ㆍ운영하는 원고(사용자)와 계약기간을 ‘① 2018년 3월 15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3월 15일부터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이후 근로자와 요양시설은 2019년 1월1일 계약기간을 ‘② 2019년 1월1일부터 정년 시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가, 2020년1월1일 다시 계약기간을 ‘③ 2020년1월1일부터 2020년7월 31일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2020년1월1일자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본 계약은 당연 종료된다. 단, 본 계약의 만료 전까지 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 재계약을 할 수 있다.’라고 기재됐다. 

-요양시설 취업규칙 및 촉탁직 재고용 여부 기준 미흡

요양시설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하고,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퇴직한다고 정하면서, 원고가 업무의 필요에 의해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원고에게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고, 촉탁직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나 절차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편, 해당 근로자를 포함해 정년 이전에 이 사건 요양시설에 입사한 근로자는 5명인데, 그중 1명은 정년 도달을 앞두고 퇴사했고, 2명은 정년 도달 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며, 참가인을 포함한 2명은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됐으며, 요양시설은 2020년6월19일 근로자에게 ‘2020년7월31일 정년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라는 취지로 통보했다. 

이에 근로자는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하자, 요양시설은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며, 1심 및 2심 법원에서는 모두 근로자의 손을 들어 촉탁직으로의 재고용될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사용자의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근로자에게 정년 도달 후 사용자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의 취업규칙과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지 여부에 관해 사용자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도, 참가인의 정년 퇴직일인 2020년7월31일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거듭 정하고 있을 뿐 원고에게 참가인을 정년 후에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둘째, 요양시설에서 정년 무렵까지 근무한 근로자 5명 중 근로자를 제외하고도 2명이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지 않았다. 특히 참가인과 마찬가지로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1명의 경우,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원했는데도 재고용되지 못한 것인지, 그러하다면 재고용 거절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상 분명하지 않다. 

셋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서에서 정년까지를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로 정한 점, 참가인 외에도 정년퇴직 처리된 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정년 규정이 형식에 불과했다거나 근로자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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