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저상 도시 개발로 특별한 관광 인프라 구축
인천 내항 정화하고 해상풍력과 수소 활용 에너지 자립

[일요서울ㅣ인천 안후중 기자] 근대 개항장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 구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인 ‘제물포 르네상스’의 중심에 세계 최초의 해저상도시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갑문으로 구성된 60만 평 규모의 내항 바다에 해저에서 솟아오른 스마트 빌딩과 인공섬을 만들어 인구 5만 명이 상주하는 첨단도시를 제안한 한국스마트해양학회장 임현택 교수를 만나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해결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임현택 교수는 인천 해저상도시 아이디어의 시작에 대해 “인천의 해안선과 항만 곳곳을 모두 훑어보고 드론으로 직접 사진도 찍었고, 인천의 해양수산문화를 심도있게 분석해서 3년 전 ‘인천 해저도시’라는 책을 썼다”며 “인문, 사회, 과학, 언론, 은행, 문화까지 모두 다루었는데, 인천은 참 재밌는 곳이었다. 섬이 앞으로 인천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은 168개의 섬이 함께 (미국의) 뉴욕처럼 금융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부산은 LA처럼 국가간 대형 화물을 다루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내 비전이다”라고 말했다.  

임현택 한국스마트해양학회장
임현택 한국스마트해양학회장

 

인천 내항의 현재 상황에 대해 그는 “10여년 전에 비해 물동량이 70% 정도 떨어졌다. 하루에 6척가량 이용하는데 그중 두 척은 하역하는 것이니까 실제로는 하루 네 척이 이용하는 셈이다. 60만 평이나 되는 인천 내항이 배 네 척을 위해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인천항만공사가 함께 재개발에 들어가기로 한 계기다”라고 말했다.  

◇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처럼 수상건물이 서로 이어질 것  

임 교수는 인천 내항 개발의 장점과 경쟁력에 대해 “내항은 바로 옆에 6차선 도로와 개항장, 자유공원이 있고, 300만의 인구가 사는 도시가 동인천까지 쭉 퍼져나가는 구조다. 내 생각에는 유정복 시장님의 구상도 내항을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빅뱅으로 삼아 원도심 쪽으로 발전의 효과를 펼치려는 것이다. 해저상도시가 자리를 잡게 되면, 바로 위의 북항을 비롯해 친수공간들이 쭉 연결되면서 송도와 연안부두를 포함해 가장 길면서도 아름다운 공간 형태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가 생각하는 인천 해저상도시의 모습은 무척 구체적이다. 그는 “60만 평의 내항 바다에 해저 3층에서 4층, 해상 9층 내외의 38개의 건물을 쭉 지어 연결한다. 해상과 해저에 연결 통로가 이어지고 해수면에는 곤돌라와 요트가 다닐 수 있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같은 도시가 생겨나는 것이다. 건물 38개의 사이에는 아주 많은 창작물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해상 공연장, 게임장, 야구장도 들어가고 뷰티, 성형 등 의료관광을 포함할 수 있다. 약 5만 명인 베네치아와 비슷한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연간 3천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 인천 내항의 면적이 그곳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천 내항 전경
인천 내항 전경

임 교수는 "베네치아에 없는 장점으로 해저 관광이 가능하다. 내항은 수심이 15미터로 3층 정도의 건물이 바다 속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스쿠버와 바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내항은 호수처럼 고여있는 바다로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전하다. 바다 속에 조명도 설치하고 무궁무진한 공연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실감 부여 위해 '해저도시'에서 '해저상도시'로 이름 바꿔 

그는 “몇몇 그룹 회장들과 친분이 있어서 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 하지만 그분들은 ‘인천 해저도시’라는 명칭에 먼 100년 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더라. ‘해저도시’라고 이야기하니 사람들은 바닷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올 12월1일에 열린 해운항만 국제학술대회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인천 해저상도시’로 바꾸었다. 100년 후가 아니라 2년이나 3년 안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당장 시작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걸림돌에 대해 그는 “해수부가 걱정하는 것은 내항에 있는 항운노조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500명가량의 그 항운노조원들이 일할 수 있는 대체 항만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북항도 사람들이 다 차 있다. 그래서 인천시에 제안한 내 아이디어는 대체 부두를 마련하기 위한 비용을 2년 후에 들어올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위해 필요한 부두 건설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가 100미터가 넘는 타워를 전용으로 관리하고 만드는 항만과 운영하는 항만 두 개가 필요한데 이는 20년에서 30년을 운영해야 한다. 항운노조원들의 일자리를 보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큰 배들이 드나든 내항의 수질이 해저 수족관이나 스쿠버 등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두바이의 경우, 호텔에 해저 수족관을 지었는데 처음에는 바다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으로 만들면서 관광객들을 끌지 못했지만, 결국 깨끗한 바닷물을 채운 수족관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지금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려면 예약이 힘들 지경"이라며 "Y자 모양으로 생긴 인천 내항을 구획을 지어 정화된 맑은 바닷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이미 다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해조류 등 수생 식물을 활용해서 정화를 해 나가면 충분히 해저 관광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민간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를 보기에 인천 내항에 해저 3~4층, 해상 11층 정도의 건물을 지은 다음에 무엇을 집어넣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한다. 내가 제안한 파일럿 역할의 첫 번째 건물은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어 보면, 민간 기업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첨단 ICT 기술과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술 모두 투입  

그는 이와 더불어 "비가 내리면 도시에서 흘러드는 빗물에 의해 내항 바닷물의 산성화나 오염물질 유입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바로 상태 데이터를 주고 컨트롤 할 수 있는 ICT센서 기술을 등 고도의 기술들이 다 접목되어야 한다"며 "해양수산부도 인천 내항의 해저상도시 건설과 함께 해상 풍력 시설 등 기존에 흩어져서 진행하던 사업들을 함께 묶어서 만들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대한 에너지를 조금 쓰고, 필요한 에너지도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고 수소로 저장해 쓰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해저상도시 조감도

임 교수는 "인천 해저상도시의 사업을 실제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양수산부에서 관련 기획연구용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용은 20억 원 정도 예상된다. 총 약 18조 원이 필요한 38개의 해저상 빌딩 중 맨 먼저 하나의 빌딩은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 개의 빌딩을 짓는 데는 3천억 원 정도 들어가니까 만 평 정도에 건물 하나로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자. 그것이 성공한다면 민자가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천시도 단순 항만 재개발이라는 것을 넘어 인천 해저상도시개발 추진기획단을 구성해서 해수부 관련 기관, 단체의 협의체를 만들어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미 공동화가 눈에 띄게 시작되어 저녁 8시만 되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침체된 내항 주변 등 구도심 상권을 살려야 한다. 인천 해저상도시는 세계 유일의 랜드마크로서 전 세계의 관광객과 인천공항의 천만 환승객이 방문하도록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가 여러해 연구를 거쳐 인천을 최적지로 꼽은 '해저상도시' 프로젝트가 먼 미래가 아니라 수년 내 만나 볼 수 있는 새로운 인천의 상징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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