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기로에 섰다. 국민의힘 쇄신작업의 후폭풍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승리를 앞둔 조기 사퇴론의 재부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내년 422대 총선 주도권을 누렸지만 최근 상황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에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마저 전격 사퇴하면서 여야 정치지형이 급변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등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이 여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어 총선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한다는 자성론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솔선수범(率先垂範)해야 한다는 게 조기사퇴론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돌파구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의 내년 총선 지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대표의 조기 사퇴론을 둘러싼 내막을 파헤쳤다.

당직자 안경에 비친 이재명 대표. 뉴시스
당직자 안경에 비친 이재명 대표. 뉴시스

-최측근김용 부원장 구속에 본인의 사법리스크 부담 더 커져
- 이낙연신당설 현실화시 야권 분열, 비명계 통합비대위사퇴 압박
, ‘김종인 영입·2선후퇴승부수 벤치마킹하는 솔선수범론

민주당 안팎은 물론 여의도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온갖 설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대표는 물론 친명계를 비롯한 측근그룹은 사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다만 거취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표 주변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측근으로 불린 김용 전 부원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등 측근들의 연이은 희생에 회한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선 라이벌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접어든 것도 부담이다. 이밖에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접어들면서 이 대표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물론 이 대표의 사퇴 전망에는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관점을 적용하면 예측불허다. 게다가 비주류 모임에서도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통합비대위 제안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르면 크리스마스 이전 또는 늦어도 내년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이 대표의 결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돈다.

최측근김용 구속에 법인카드 악몽까지본인 사법리스크도 여전

최근 민주당 안팎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동안 이준석신당 창당 등 국민의힘 내분과 자중지란이 집중 조명되면서 민주당의 위기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다. 특히 이 대표를 둘러싼 정치환경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본인은 물론 부인, 최측근의 사법리스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준비로 갈 길 바쁜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악재다. 특히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 등 혁신경쟁에서 앞서나가면서 당 안팎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최대 악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법정구속과 실형 선고다. 김용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언급한 최측근이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장동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을 받았다는 게 핵심 혐의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또다시 본격 점화되는 것이다. 특히 대장동 의혹의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수혜자는 이재명이라는 증언이 현실화된다면 사법리스크는 민주당의 존립을 뒤흔드는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진화한다. 이 대표 측은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고 반발했지만 상황은 꽤나 복잡하다. 총선국면으로 갈수록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민주당은 방탄정당 이미지는 고착화된다. 특히 사법리스크 방어로 물리적인 총선 지휘도 쉽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가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 대표가)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법인카드 의혹도 부담이다. 검찰이 이 대표와 관련한 법인카드 유용의혹에 대해 지난 4일 경기도청 남부·북부청사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어 설상가상의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대장동 의혹의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교통사고 소식과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세탁소 주인 A씨의 실종 해프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건 비명계였다. ‘원칙과 상식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4인방은 당 지도부 총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촉구했다. 핵심은 이 대표의 사퇴와 2선 후퇴다. 이들 4인방은 "이 대표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발만 물러서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 “당 대표의 무죄를 믿고 싶지만,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리더십 리스크를 해결해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준엄한 민심이라며 철옹성 같았던 여당의 기득권 세력도 총선 승리라는 명분 앞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고 압박했다.

재판에 출석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시스
재판에 출석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시스

이낙연 신당창당 후폭풍미풍속 국힘 어부지리 우려

비명계의 압박만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도 변수다. 정계복귀 이후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온 이 전 대표는 최근 독자행보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욕심대로라면 총선서 제1당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당 탈당 이후 제3지대 신당을 추진 중인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과 연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대 관심사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론에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지 않고 있다면서도현직 대통령과 맞서서 할 말을 다 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호평했다.

물론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다만 비명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현실화되면서 무더기 탈당이 이뤄질 경우 이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여야의 정치지형을 뒤흔든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여야 거대 양당체제가 다당제 구도로 변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신당, 민주당, 이낙연신당 등의 다자구도 총선이 확실시된다. 사법리스크 대응에도 힘이 든 이 대표로서는 야권분열이라는 최대 악재에 직면한다. 보수정당이 국민의힘과 이준석신당으로 나뉜 가운데 민주당의 분열이 없다면 총선구도는 더욱 유리해진다. 특히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반면 이낙연신당 창당으로 민주당의 분열이 현실화되면 상황은 예측불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낙연신당 창당을 막아야 한다. 상황은 암울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쇄신 정도에 따라 신당 창당을 접을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하고 흥정할 대상이 아니다. 마치 협상하는 것처럼 되는데 민주당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야권분열에 따라 여권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도 국민의힘도 분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창당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하면서 여야 4자 총선구도에서 제1당을 향해 진격하겠다는 의지다. 이낙연신당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2선후퇴를 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총선실무와 전략을 총괄할 총선기획단도 계파갈등의 뇌관이다. 총선기획단은 친명기획단이라는 비명계의 반발이 지속될 정도로 통합이나 혁신 의지가 없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총선기획단장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과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총선기획단이 비명계의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총선국면으로 갈수록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총선기획단이 요구해 최고위·당무위를 통과한 현역 하위 평가자 페널티 강화는 공천국면을 앞둔 상황에서 규칙 변경이라는 점에서 시스템 공천과는 거리가 멀고 이 대표의 팬덤 정치 강화와 공천학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거취압박속 장고모드이재명, 살신성인 승부수 던지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원칙과상식', 더불어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의원. 2023.12.14. 뉴시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원칙과상식', 더불어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의원. 2023.12.14. 뉴시스

이 대표는 내우외환의 위기다. 당 내부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제기하면서 2선후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당 바깥으로도 국민의힘이 쇄신·혁신 경쟁을 주도하면서 그야말로 비상이다.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내년 총선 지형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쇄신은 뒷전이고 공천권과 권력다툼이라는 집안싸움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총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의 승자의 저주라는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치 202021대 총선에서 180석 대승 이후 변화와 혁신보다는 기득권에 골몰하면서 대선에서 패배한 아픔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민주당은 여야 인적쇄신 경쟁에서 낙제점이다. 6선의 박병석 전 국회의장, 4선으로 586 리더인 우상호 의원은 물론 초선인 이탄희·오영환·강민정·홍성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파괴력은 국민의힘에 비해 떨어진다. 오히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시달리는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천정배·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올드보이들의 출사표로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이 대표는 기득권 포기와 쇄신 승부수라는 당 안팎의 압력에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낮은 지지율과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도 끝나가고 있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강성팬덤에 대한 반감의 여파로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201620대 총선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략적인 2선후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친문 패권주의 비판에 시달려온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직전 2선 후퇴와 더불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180석 대망론이 흘러나왔지만 민주당이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원내 제1당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발판으로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2선후퇴하고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를 꾸릴 경우 여야의 혁신쇄신 경쟁에서 두세 걸음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여의도 정치권에서 줄기차게 나돌았다이 대표는 여전히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겠지만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와 김기현 대표의 전격 사퇴에 따른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압박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여야 쇄신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총선 전망이 커질 경우 이 대표 역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총선 승리를 위한 충격요법으로 대표직 사퇴 등과 같은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적의 쇄신 효과를 내기 위해 택일만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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